인간실격 외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 인간 실격-

 

    처음으로  '다자이 오사무'의  글을 읽었다.  한동안 <인간 실격> 이라는 이 책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니  인간실격이라는 글을 쓴 작가 다자이 오사무를 잊지 못할 것 같다. 소설도 빠져들어서  읽었지만, 문학평론가 '오쿠노 다케오'의 <다자이 오사무의 생애와 문학> 이라는 제목의 30여쪽에 달하는 해설부분을 읽으면서  그가 왜  인간실격을 자신의 마지막 완성작품으로  하고 생을 끝내야만 했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면서  다시  한 번 더  내용을 상기해 볼 수 밖에 없었다. 

 

    <인간실격>은 저자 자신의  삶의 많은 부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자전적 소설이었다.  그리고 그는 가까운 사람에 의해 정신병원으로 보내지는 순간 자신은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고 말한다.  '호리키의 그 이상하게 아름다운 미소에 나는 눈물을 흘렸고 판단력도 저항하는 것도 잊은 채 차에 탔고 그리고 이곳에 끌여와 미친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곳을 나가더라도 나의 이마에는 미친 사람, 아니, 폐인이라는 낙인이 찍히겠지요.' - 본문 132 쪽 -  스스로 늘 죄인이라고 생각했던  주인공은 자신이 이제 그야말로 진짜 폐인이 되었다는 마음에,  이후  모든것에 의욕을 상실하고, 생각하고 고뇌하는 능력조차 잃었다고 말한다.

 

    생각이 너무  많았던  그, 너무 착해서 늘  하고 싶은 진실을 다 말하지 못했던 그, 누구에게나 자신의 나약한 부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광대노릇을 하면서  자기 자신과  갈등했던 그는  늘  상실감에 빠져 방황하고  무기력해 진다.  죽음에 대해 그는  '죽고 싶다. 아예 죽어버리고 싶다. 이제는 어떻게도 내 인생을 돌이킬 수 없다. 어떤 짓을 해봐도.  무슨 짓을 해봐도 나는 점점 더 나빠질 뿐이다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짓을 쌓아갈 뿐이다. '  - 본문 129쪽 -  그는 스스로  죽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수도 없이 말한다.  실제의 자신을 감춘 채  그저  남에게 보이는 나와 다른 내 모습을 보이면서  가식적인 매일을 살아가는 사이에 어느새 스스로 자신의 모습에  더 깊이  죄의식을 느끼게 되고,  걷잡을 수 없이 인생을  허비하면서  술,  여자,  그리고  약물중독으로  주체할 수 없는 자신을   지탱해간다.

 

   최근에 이보다 더 진지하게 삶이라는 것에 대해, 인간 내면의 나약함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은 없었다.  나로서는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와  저자인  '다자이 오사무' 의 자살로 마무리되는  이야기를 그대로  소설로,  한 작가의  삶으로 받아들이기엔  힘겨움이 있었다.  몇 년 전 동생이  삶에 대한  무의미함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그들과 같은 길을 택했기에,  그들 내면의 소리들이 정말 절실하게 다가왔다.  소설과  내 개인적인 상황이  섞여서  마음을 한없이  그들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어 40년 이상 세상살이를 해오면서 왜 난들 그들처럼  생각했던 순간이 없었을까  싶은 마음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누구에게든 삶이란  그저 좋을 수만은 없겠지만,  누구나 다  그들처럼  안으로 안으로  병을 만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많이 절망적인  요조의  삶에 대한  몸부림이 어쩌면  살아보려던 몸부림은 아니었을까  다른 의미로 생각해본다. 

 

   인생의 허무함만을 생각한다면  누구라도 내일이 맞는다는 것이  막막하기만 할 것이다.  인간은 누구라도  외롭고 나약한 존재가 아닐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늘 좌절하고 슬픔에 빠지는 것이 인간이라면, 다시 살아볼 힘을  내보는 강한 모습 또한 인간의 내면에  함께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아프지 않기를.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이른바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라고 생각되는 건 그것 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간다.

나는 올해 스물 입곱 살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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