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밤 세계문학의 숲 4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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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

 

   중국인뿐 아니라 세계인이 사랑했던  작가 '바진'.  책을 읽어가면서  왜 그를 중국의 3대 문호 중 한 명이라고 꼽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인간의 내면을 어쩌면 이리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과 함께  '정말 작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차가운 밤>은  1946년 발표된 소설로  2차대전의 종말이 다가오는 시점을  배경으로 전쟁과 가난속에 한 가정이 파멸되어 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왕원쉬안과  그의 아내 수성, 그리고  어머니,  그의 동창이었던 바이칭과 회사동료였던 쫑라오, 그리고 그들의 아들 샤오쉬안의 이야기이다.    

 

   "나는 망가지고 싶네. 이 세상은 나 같은 사람들의 것이 아니네. 우리는 법을 지키고 규칙을 준수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출세하고 돈을 벌고...... . " - 본문  58 쪽-  '왕원쉬안'의  대학 동창인 '바이칭'의  말이다. 그는 아내가  출산 중 사망하게  되면서  아내가 출산할 당시 휴가를 주지 않는 회사 때문에  아내의 출산을 지키지 못했고,  아이의 죽음, 남편의 부재로 수없이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아내가 죽어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살아가는 것이 힘겨웠던  바이칭 늘 술에 취해 하루 하루를 보내다가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선량하나 유약하고 병든 남편, 극히 이기적이고 완고하면 보수적인 어머니, 싸움과 질시, 적막과 빈곤, 전쟁 중에 사라진 청춘, 자신이 추구했으나 날아가 버린  행복, 어두운 앞날, 이 모든 것이 그녀 가슴속에서 파도처럼 용솟음친다.' - 본문 151 쪽 -  아내인 '수성'은 남편을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라 동정이었다.  시어머니와의  갈등과  무시는 결국  수성이 남편을 떠나게 만들고, 사춘기 아들까지  어머니보다 할머니의 말만 따르는 상태에서  더 이상 함께 살아갈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결국 남편의 죽음을 모른 채  남편에게 찾아오지만  그녀는  어느 곳에서도 아들이나 시어머니의  거처를 찾을 길이 없고, 남편의 무덤도 찾지 못한다.

 

   '당신의 청춘을 망친 것이 나의 큰 잘못이오. 이제 방법이 생각났소. 늦었지만 이제라도 자유를 돌려주려 하오.  당신 말이 모두 옳소. 모두 당신 뜻대로 하시오. 그저 날 용서하구려.' - 본문 270 쪽 -  왕원쉬안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서  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아내, 어머니,  자기 자신조차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마음과 몸이 모두 유약했던 그는 결국  1945년  8월 일본의 패망소식을 들으면서 생을 마감한다.  

 

   "그렇지. 그 아이는 아범의 정부에 불과하다. 사실 그 아이는 떠나는 게 더 나아. 개가 가버리면 내가 더 좋은 여자를 데려오마." -본문 175 쪽 - 아들이  너무도 사랑하는 여자이지만  엄마의 눈에는 그저 아들을 빼앗아간 여자로 밖에 보이지 않고,  손자를 낳고  10년 이상을 살아왔으며,  직장에 다니며 아들보다 더 많은 돈을 생활비로 들여놓는  며느리를  인정하지 않고 늘 대립하는 여자.  고부간의 갈등은 결국  아들에게  병을 안겨주게 되고,  아들이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갈등은 계속된다.  그저 아들의 모든 것을  자신의 손으로 해줘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성인이 된 아들을  어린 아이처럼 생각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결국 아내는  집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암울한 전쟁과 함께 전쟁보다 더   비극적인 한 가정이 파괴되어 버렸다.  세 사람의 갈등을 목격하면서 어느 주구의 편도 들어줄 수가 없었다.  그저 모든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우유부단한 지식인,  그리고  과거 무조건 희생하고 순종만 하던 어머니 세대와 다른 삶을  바라던  아내,  자신의   삶과 너무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같은 며느리를 인정하지 않고,  며느리와 아들의 행복을  기뻐하지 않는  어머니 사이에서  참 안타까운 인간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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