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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법칙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35
러셀 뱅크스 지음, 안명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거리의 법칙
- 나는 거리의 아이 '채피'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
거리에서 살아가기 시작한 '채피'. 그에게도 가족은 있다. 하지만 채피는 그곳에서 행복하지 못했다. 양아버지는 늘상 말썽만 부리고 수시로 가출을 하고, 마리화나를 피워대는 '채피'를 벌레 보듯이 경멸한다. 무능력한 엄마는 친아들인 '채피'를 사랑하지만, 결국은 아들을 거리로 내몬 엄마에 불과하다. 열 네살의 나이가 아이는 거리를 방황하게 된다. 그리고 점점 범죄에 빠져들게 된다. 거리의 아이들이 그렇듯이 모하칸 머리에, 피어싱을 하고, 몸에는 문신을 하고, 마약에 빠져 사는 아이에게 희망은 없어 보인다.
답답한 마음으로 '채피'와 함께 그의 거리의 방황을 함께 했다.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처음에는 채피가 조금 더 가족과 정착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했다. 하지만 철저하게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스스로 외로운 거리의 생활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채피'를 보면서 채피가 가정보다 거리를 택한 이유는, 채피를 거리로 내몬 어른들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양아버지인 '켄'을 선택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거리로 나갈 수 밖에 없는 채피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아이이자, 우리의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어른의 한 사람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저자는 채피의 방황을 통해 우리 어른들에게 많은 생각할 시간을 갖도록 만든다. 지금 여전히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을 또래의 아이들에게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우리는 정말 아이들의 눈 높이에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있는가. 우리 역시 같은 시기를 거치고 어른이 되었으면서도 채피의 말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걸 잊어 버리고 있다.
이곳 저곳을 떠돌지만 어느 곳에서도 정착하지 못했던, 아니 정착할 수 없었던 아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늘 고민하는 본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그에게서 희망을 본다. 아이맨을 만나면서 본은 자신감을 갖게 되고 삶에 대해서도 더 진지해진다. 누군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 살아갈 이유와 함께 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맨과 로즈를 통해 행복을 알아가는 아이의 모습에서 근본적으로 누구나 상황이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을 변함없이 하게 된다.
인생에서 가장 사랑받고 존중받아야 할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이었고, 성장소설이자 사춘기에 방황하는 본의 이야기지만, 또래의 아이들보다 그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나 직접 그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선생님들에게 더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우리 모두 여전히 아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람들은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알지 못한다.
아마도 잊어버리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당신 또한 어렸을 때는 렌즈 중심에 있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쌍안경을 눈에 바짝 갖다 붙이고 있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