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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허수아비춤
- 늘 접하고 고민하는 문제들이지만 해답은 없었다-
한참 조정래 선생님의 작품에 빠졌던 시기가 있었다. 저자의 작품뿐 아니라 장편문학에 빠졌었다고 하는 편이 나은지도 모르겠다. 작은 아이를 임신하고 열 달 내내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다른 일을 거의 하지 못했던 시기여서 너무 내용이 방대해서 읽어야지 벼르면서 차일 피일 하던 책들을 하나씩 읽어 나갔다. 학창시절 읽었던 고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시작으로 거의 책을 읽는 것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일만큼 책을 많이 읽은 시기였다.
그때 조정래 선생님의 아리랑, 한강, 태백산맥도 모두 읽었다. 이전의 많은 습관성 자연유산으로 인해서 많이 움직이면 안되는 시기였고, 무조건 안정을 해야 하는 나의 몸 상태가 책에 더 빠져들게 했고, 정말 할 일을 할 수 없었던 남아도는 시간은 미뤄두었던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언젠가는 하면서 벼르던 일을 해치우는 심정으로 시작했었다. 남편은 퇴근을 하면 3~4권씩 책을 사 날랐고 덕분에 지금도 꽤 알려진 작가들의 장편문학을 많이 가지고 있다. 아마 공허한 시간인 만큼 평소라면 느끼지 못했을 감동을 더해서 각각의 책 속에 깊이 빠져들었던 것 같다.
박경리선생님, 조정래 선생님도 정말 존경하고 싶은 분으로 다시 마음에 새기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꼭 다른 사람이 말하지 않더라도, 나 역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존경하는 작가로 손가락에 꼽는 분이 바로 조정래선생님이었다. 당연히 이번에 새로 출간한 '허수아비춤'에 대한 기대로 높았고, 어떤 내용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표지의 '성장의 빛과 그늘, 자본과 분배의 문제를 현란한 필치로 파헤친 핵폭탄급 서사!' 라는 문구만으로 과연 우리의 그늘진 모습들을 소설로 어떻게 써냈을까 많이 궁금했었다.
그동안 많이 봐왔던, 대기업의 비리나 매스컴과 기업간의 유착관계, 있는 자들의 미친 씀씀이 등 읽는 내내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책에서 하나 하나 깊어 나간 모든 것들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고, 나 역시 열등한 서민의 한 사람으로 아직은 한 번도 민주화에 대해, 특히 경제 민주화에 대해 믿지 않는다. 늘 바라는 바는 있지만, 우리의 현실이, 아니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현실이 그렇지 못하게 굴러가고 있음을 더 깊이 깊이 느껴갈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 반성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읽는 동안 소설이라는 생각을 자꾸 잊게 하는 작품이었다. 물론 등장인물도 있고, 이야기도 전개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바탕 직장상사에게, 나보다 연배가 높은 어른에게, 혹은 세상을 조금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과 함께 이런 저런 시대의 문제점들을 충고처럼 듣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결론은 없고, 많이 답답한 충고. 그래서 다 읽은 후 '허수아비춤'처럼 많이 허전하고 아쉬운 그런 책이었다. 감히 부족한 내가 이렇다 저렇다 책의 내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선생님 작품을 생각할 때 조금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아마 내가 선생님이 쓰신 책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았던 이유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