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두는 여자
베르티나 헨릭스 지음, 이수지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체스 두는 여자

-  '엘레니' 그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  



늙어가는 부모님과 사춘기 자녀들 사이에 끼인 나이,

길을 지나가면  더는 남자들이 뒤돌아보니 않는 표류하는 나이,

여자들이 더는 자신에게 아무  것도  부러워 할 게  없는 나이였다.

-  본문  13쪽 -

 

   마흔 둘의 평범한 가정주부이면서  관광지인 낙소스 섬에서  호텔 룸메이드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중년의  여인 '엘레니'.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낮 시간을 이용해 호텔에 출근해  객실 스무 개, 침대 마흔 개,  흰색 타월  80개와 매번 숫자가 달라지는 재떨이를 정리하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다.  늘 같은 시간이면  변함없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성실하게 매일을 같은 일상으로 그렇게 살아왔다. 

 

   섬에서 나고 자란 엘레니는  한 번도 혼자서는 섬을 벗어나 본적도 없다.   엘레니는 그저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과가 끝나면  이웃에 사는  친한  친구를  찾아가  함께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웃들 흉이나 보면서  수다로  몇 시간을 보낸다.  집으로 돌아오면 서둘러 저녁준비를 하고  가족들과 함께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 그녀의 지금까지의 삶이었다.  마흔 두 살이 될 때까지  늘 같은 시간에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던 그녀의 매일이었다.

 

   어느 날 그녀에게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바로  손님 방에서 우연히 보게 된 체스판으로 인해서.  그녀의 눈에 너무도 근사하게 보였던 체스판은 지금까지의 자신을 생각할 때, 자신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다.  배운 사람들이 고상하게 하는  놀이인 체스판을  보면서 그녀는 순간  얼마 후에 있을 남편의 생일에  체스판을 선물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체스판은 그녀의  삶을  완전히 바꿔 버린다.

 

   작은 섬에서 남편 모르게 체스판을 준비하는  과정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남편과 함께 체스를 두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체스판을  준비한다.  하지만  남편,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지금까지의 그녀와 마찬가지로 남편이나  아이들에게도 체스판은 자신들과 어울리는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체스판은 많은 날을  사용하지도 않은 채 집안에 버려지고, 어느 날  엘레니는  처음으로 체스판을 열어  혼자  체스의 세계에 빠져든다. 

 

  열정없이 매일이 평범했던  중년의 여인,  이제  별 감동적인 일도, 색다를 것도 없는 일상을 살아가던 그녀에게 체스판은  전혀 새로운 세계였다.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던, 자신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체스는  그녀의 열정을  통해  삶을 다시 살아가는  도구이자  희망이 된다.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일이 즐겁고,  자신의 매일의 일상 사이 사이 무언가 몰두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흥분 되는 엘레니그녀는  체스 두는 여자가 되었다.   누구도 인정하지 않고 비웃지만  아무도 그녀를 말리지 못한다. 

 

그녀는 위대한 승부수들을 발명해 낸 체스 선수들과 비밀스러운 소통에 들어갔다.

그들 각자가 엘레니가 맞닥뜨린 다양한 문제의 해결법을 알려 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시대를 관통하며 자기네들 끼리  논의하고 각자의  

 개성대로 의견들을 지지하거나 거부하는 듯했다.

- 본문 118쪽 -

 

    이제 체스는 그녀에게 삶의 새로운 희망이 되었으면, 그녀의  또 다른  친구가 되어준다.  그녀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누고,  그녀에게  닥친 문제들을 해결해주기도 하고,  그녀를 지탱해주기도 한다.  엘레니를 따라 그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어쩌면 같은  또래인  그녀를 통해  내게서 식어버린 열정이라는 것을 발견하면서  다시  용기가 난 것은  아닌가 싶다.  정말  저자가 말하듯이 여자 나이 마흔이란 참 묘 나이이다.  몸은  만족스럽지 못하고, 건강도 자신할 수 없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점점 성장해서 자신들의 세계에서 더 이상 내 손길을 거부한다.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다는 나이,  늙어가는 부모와 사춘기 자식 사이에 끼인 나이라는 말이  너무도  공감이 간다.  그래서 더 엘레니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자신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려는 그녀를 통해 용기를 얻어본다.  요즘 중년이 마흔이라는 것도  한 편으로 생각하면 억울하기도 한 것이...... .  우리  마흔  여자들은 여전히 가슴 속 눈물도, 사랑도  촉촉히 남아있는 것을 아는지.   아직 여전히  설레는 마음과,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은  그저 한 사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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