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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유혹 - 열혈 여행자 12인의 짜릿한 가출 일기
김진아 외 글 사진 / 좋은생각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여행자의 유혹
- 열혈 여행자 12인의 짜릿한 가출 일기 -

여행에 빠진 진짜 여행자들의 잔잔한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의 색다른 여행 이야기이다. 가수, 기자, 방송작가, 연구원 등 직업도, 색깔도 전혀 다른 사람들에게 듣는 여행담은 각자 자신들만의 독특한 매력이 느껴진다.
여행자 '노동효'는 <소똥 속의 인도> 라는 제목의 인도 여행기를 소개하면서 한 덩어리의 소똥 속에서 인도를 느꼈다고 한다. 그들에게 소똥은 더러운 배설물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데 늘 함께 한다. 소똥으로 집을 짓고, 소똥으로 불을 떼고, 음식을 데우기도 하기에 소똥속에 인도가 들어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소똥을 통해 본 인도, 인도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나는 인도에 대해서 아는게 너무 없었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인도는 그런 곳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그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여행자 '이지상'은 <이집트의 IBM 정신> 에 관한 글을 통해 인도에 가서 조심해야 할 인샬라 ( 신의 뜻대로 ), 부크라 ( 내일 ) , 말리쉬 (괜찮아)와 호객꾼들을 괴롭히는 박시시 (적선) 에 대해 말한다. 일처리가 늦을 때, 문제가 생겼을 때 그들은 신의 뜻대로, 내일 , 괜찮아 같은 말로 여행객들을 난처하게 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그들의 삶의 방식이기에 저자는 오히려 그들의 그런 문화를 통해 항상 빠른 것에만 익숙해 있는 우리가 생각해 볼 일이라고 말한다. '빠르게 성취하느라 짜증내는 것보다 천천히 가더라고 느긋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 갈수록 나도 그렇게 느긋하게 사는 삶에 마음이 끌린다.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글 중에 여행자 '박기영' 의 <하나를 버리니 둘이 다가왔다> 는 내용이었다. 대한민국의 엄마로, 학부형으로, 아내로 늘 부족한 것만 찾아내서 가족들을 괴롭히고 있는 나를 느낄 때마다, 나 또한 어지간히 힘들다 싶었는데 모두가 내 욕심이었음을 느낀다. 그녀의 말처럼 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가지라'고만 배웠다는 말이 너무 공감된다. 여행중 저자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던 배낭속의 물건들을 정리하며 버릴것을 과감하게 버리고 나자, 몸도 마음고 가벼워지면서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 내 삶의 무게와 부피를 줄여 보자.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이곳에서 배웠던 것처럼 나를 둘러싼 삶의 무게와 내가 버리지 못해 끌어안고 있던 것들을 과감히 쳐내자'
그들의 여행담에는 직접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지 않았으면서 그들을 통해 배우게 되는 지혜가 있다. 세계 여기저기를 소개하는 여러 사람들의 글 속에 분명한 것 한가지가 있다. 여행이란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다시 삶이라는 것에 대해 기름 칠을 하는 것이었다. 때로는 버려야 함을 배우고, 때로는 낮춰야 함을 배우는 것. 그것이 여행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