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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딩씨마을의 꿈
- 죽음의 순간까지 탐욕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

'나는 십 년 전 우리 아버지가 딩씨 마을에서 대대적으로 피를 매집 했기 때문에 죽었다.' 소설은 열 두 살짜리 죽은 아이가 화자이다. 자신의 아버지로 인해 동네 사람들에 의해 독약을 바른 과일을 먹고 죽은 아이. 아이는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삼촌과 함께 자신이 살던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들려준다. 아버지 '딩후이'의 욕심으로 목숨을 잃은 아이는 마을 사람들이, 마을이, 인간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 "이것이 바로 사람의 피입니다. 퍼내면 퍼낼수록 더 왕성하게 생성되지요. 퍼내도 마르지 않습니다. 퍼낼수록 더 많아지지요. " ...국장은 말을 마치고 가 버렸다. 우리 할아버지도 가 버렸다. ...우리 아버지는 가지 않았다. 스물 세 살의 우리 아버지가 웃고 있었다. ' 가난한 마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마을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피를 팔아 마을의 길도 닦고, 집도 새로 짓고, 고기반찬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방법이 있다. 피를 팔아서.
'봄이 오자 그 땅에 쥐깨풀 씨앗을 뿌리고 이틀에 한 번씩 물을 주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쥐깨풀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 아들은 죽고 동생도 병에 걸렸지만, 아버지 '딩후이'는 다시 마당에 쥐깨풀을 심는다. 어쩐 방법으로든 돈을 벌어들이는 일에만 관심을 갖는 아버지에게 쥐깨풀은 아부의 물건이다. 자신의 탐욕이 끝없이 치달아 결국 모든것 을 망치고 있음을 알지 못하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그저 이층집을 삼층집으로, 그리고 다시 도시로 이사하는 것, 방안 가득 돈을 쌓아두고 사는것 이 아버지의 삶의 방식이다.
"후이야, 너 그러다가 제명에 못 죽는 수도 있다는 걸 모르겠니?" 평생을 마을에서 존경받으며 살아왔던 할아버지. 마을에 유일한 학교를 지키던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아들에 의해서 벌어진 일들은 감당하기가 힘들다. 끝도 없는 사람들의 욕심 앞에서 할아버지 역시 점점 무기력해지고, 늙어감을 느낀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결국 자신으로 손으로 돌이킬 수 없는 마을을, 자신을, 아들을 찾기 위해 갈등한다.
'나는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었다.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흘러내리면서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 버렸다. ' 저자는 <딩씨마을의 꿈>의 탈고 후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는 일이 한 두루마리의 고통과 절망도 함께 넘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창작의 고통이, 그의 글에 대해 쏟아 부었을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자신이 이 소설을 써내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체력이 아니라 생명이었다고 말한다.
출간 직후 바로 판금 조치 되었다는 책, 발행금지, 재판금지, 홍보금지, 작가가 자신의 책을 출판했던 출판사에게 고소를 당하게 한 책. 고소를 한 출판사는 '국가의 명예에 큰 손상을 입히고 자신들에게도 거대한 정치적,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고 고소 이유를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책을 것은 현실을 쓴 것이자, 동시에 꿈을 쓴 것이고, 어둠을 쓴 것이면서, 동시에 빛을 쓴 것이라고 말한다. 누구든 책을 손에 들고 읽어 나가다보면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저자의 말을 조금은 이해할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