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저택
펄 벅 지음, 이선혜 옮김 / 길산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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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인의 저택

-  아내도, 어머니도 아닌 한 여자로 다시 태어나다   -

 

    학창시절 '대지'를 만나면서 너무 좋아하게 된  작가 '펄벅'.  미국인이지만 중국에서 자란 그녀의 글속에는 다른 책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동양인이 아니면서 동양인의 감정이나 생활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어서 간혹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중국인으로  혼동할 때가 있다.  이 번에   그녀의 책 중에 읽지 않았던  책 중 한가지였던  '여인의 저택'을  읽었다.  이미 몇 해전에 마흔을 넘긴 나에게 우선  책의  표지에 있는 글귀가 먼저 눈길을 끈다.   '여자에게 마흔 번째 생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대대로 부유한 중국 상류층 가정으로 시집 와서  가정의  모든 일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왔던 우 부인.  그녀는 마흔 번째 생일을 맞아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결심을 하고 한 가지씩 실천해 나간다.  마흔이 되기까지  우 부인에게 자신의 삶은 없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이 정해준  남자와 결혼을 하고,  단 한번도  남편에게  거스르는 일이 없이 최선을 다한다.  그 당시의 다른 여인들과 다르게 많은 공부를 하고 책읽기를 좋아했던 우 부인은  지혜롭고 현명하며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다.

 

   어린 시절  신 문물을  받아들인 친정 아버지는  딸아이에게 전족을 하지 못하게 했고, 글을 가르치고  공부를 시킨다.  그런 아버지의 영향으로  보통의 여자들이라면 숙명으로 받아들일  일들을  마흔 번째 생일이 되는 날 과감하게 거부한다.  그녀는 나이 마흔이 된 여인에게 하느님이 더이상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대신에,  이제 남은 인생을  육체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인생을 위해 살도록  온정을 베풀어 주셨다고  생각한다. 

 

   '가련한 영혼과 육체여. 이제 남은 인생을 너를 위해 살아라.  너는 지금까지 네 몸을 쪼개고 또 쪼개왔다. 이제 네 몸에 남은 부분으로 다시 온전한 네 자신을 만들도록 해라. 그리하여 네 인생이 네가 주는 것뿐만 아니라 얻는 것에도  유용하게 쓰이도록 해라. ' -본문 77쪽-

 

    그녀는  끊임없이 육체를 탐하고  아기를 생산하려는 남자라는 존재에 반기를 든다. 방법은  남편에게  젊은 첩을 들여주는 일이다.  당시에는  축첩을 하는 일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녀는 다른 이유에서  남편과의  육체관계를 거부한다.  돌이켜보니 자신이  정말 남편을  정신적으로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진정 자기 자신의  사랑과 삶을 찾게 된다.  비록 육체가 아닌 정신적인 사랑이지만, 죽음조차 그녀의 사랑을  갈라놓지는 못한다.

 

   우 부인의  자신의  아들인  남편과의  갈등을 겪고 있는 며느리들에게도,  시어머니가 아닌  한 여자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지혜롭게  일러준다.  며느리가 아들의 사랑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갈등이 깊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 남자의 여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함을  얘기한다.  "네 자신을 되찾는 순간,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다. 여기 이 담장 안에 있으면서도 온 세상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로워질 수 있단다.  ...  네가 인생의 물줄기를 따라 어디를 가고 있는지 살펴 보거라. " -  본문295쪽-

 

   누구나 그럴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역시 마흔의 나이에 접어들고  여러가지 생각에 사로잡혔었다.  여자 나이 마흔이라는 것은 더 이상 여자이기만 할 수는 없는 나이이고, 책임져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으면서  여전히  여자이길 바라는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 어린 시절에는 여자 나이 마흔은 이미  살만큼 살아 이제 여자라기보다 그저 한 사람으로만 생각되곤 했었다.  그저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만 생각될  뿐  한 여자로 생각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 그 나이를 지나 마흔 중턱에 접어들고 나니  우 부인의  이야기가 너무도 절실하다.  아마  마흔이라는 나이를 겪지 않고 이 책을 읽었다면  그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육신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영혼은 영원히  남을 것임을 알았다.   그녀는 신을 섬기지 않았으며 믿음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속에는 영원한 사랑이 있었다.  사랑은 그녀의 잠들어 있던 영혼을 깨웠으며 불멸의 것으로 만들었다. - 본문 509쪽-

 

 

'안드레, 당신이 눈을 감은 뒤에야 제가 당신을 알게 된 것이 이상하지 않나요?'

'지금도 당신을 신부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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