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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
케빈 마이클 코널리 지음, 황경신 옮김 / 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
- 그가 찍은 사진들 속에 내가 있었다 -
엄마의 생일날 태어난 첫 아이 '케빈'은 날 때부터 두 다리가 없었다. 하지만 자유롭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 그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지레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 엄마, 아빠는 아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어려운 살림이지만, 최선을 다해 정상인보다 더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아이로 키운다. 청년이 된 지금 그는 휠체어를 타지 않는다. 물론 불편한 의족도 사양한다. 그저 있는 모습 그대로 그가 움직이는 수단은 바로 스케이트 보드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스케이트 보드와 함께 움직이고, 늘 그의 눈 높이는 다른 사람들의 다리에 머문다. 그런 낮은 곳의 그를 쳐다보는 사람들은 늘 놀라움과 안쓰러움, 혹은 불쌍하다는 시선이다. 때로는 못볼 것을 보고 말았다는 불편한 마음과 함께.
"누구에게나 진짜, 진짜 잘할 수 있는 일이 하나쯤 필요하다.
나머지 것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만큼 잘하는 일 말이다.
너한테는 그게 스키고, 나한테는 운전이란다, 아들."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고 승부욕이 강한 아이는 결국 장애인 스키선수가 되어 많은 상금을 받게 되고, 그 돈으로 카메라를 구입해 세계곳곳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는다. 그가 찍는 사진의 주제는 바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 세상 속에 들어가 여행을 하는 동안, 때로는 그를 불쌍하게 생각하며 거리에서 돈을 주며 자신보다 불쌍한 사람들 앞에서 그는 좌절한다. 그리고 때로는 얼른 케빈이 그 자리에서 사라져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는 그들에게 분노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누군가의 시선을 받는다는 것은 끔찍한 그러나 피할 수 없는 괴로움이었고,
나는 어설픈 미소를 띠며 그것을 참아내야 했다.
드디어 나는 그들의 시선을 이용하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고,
그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케빈이 품었던 우리에 대한 마음을 한 가지씩 알아가면서 많은 반성을 해야했다. 그를 분노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바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제대로 보는 가슴을 갖지 못한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그가 17개국을 다니면서 찍었던 33,000장의 사진들은 모두 한 가지 모습이다. 자신에게 던져진 여러 나라, 여러 세대, 여러 계층의 사진들은 모두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 그런데 사진 속 그들의 모습이 하나도 낯설지 않았다. 그 눈길은, 그 표정은 바로 내가 지었을 표정이었고, 내가 그를 보았을 눈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을 찍는 일에 몰두했던 자신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갈등한다. 늘 누군가가 자신을 보는 일에 익숙해하며 살아왔던 21년의 시간들. 항상 그런 눈길을 받으면서 살아왔고, 이제는 자신이 그들의 그런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지만, 그런 행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집단적인 똑같은 행동과 반응에 대해 그 시선은 무엇을 의미했던 걸까? 그들은 나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했으며, 그것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케빈은 자신이 찍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고민하며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긴 여행 끝에 그는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들 품으로 돌아온다.
케빈이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들은 사실은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말하는 책 제목처럼 '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 가 아니라 우리 모두 그를 보고 놀라지 말기를 ...... 그저 나와 같은 사람으로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