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게 추억을 생각나게 한다

성태 망태 부리붕태 - 전성태가 주운 이야기
전성태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6월

성태,망태, 부리붕태

-  따뜻하게 추억을  생각나게 한다  -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지금 중년을  맞고 있는 사람들에게, 저자와 비슷한 과거의 추억이야기가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도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  초등학교를 다녔고,  수시로  민방위 훈련과  야간 등화관제훈련을 기억하고 있다.  여학교에서 교련시간에 삼각대를 이용한 구급훈련을 받았으며,  흑백 텔레비전에 나오던 김일 선수의 레스링에 열광하곤 했다.  정말  우리 모두의 영웅이 아니었던가. 

    지방에 살다가 이사와  딸아이 공부목적으로  종묘를 찾았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계시던 그 많은 어르신들 다들  할아버지들 이었고 할머니의 모습은 없었다.  '봄볕에 글을 말리다'를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과 함께 참  짠해지는  마음이 든다.  누구나 세월이 흘러 늙어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건만  나이 들어 오갈 곳 없는 어르신들은 하루를 그렇게 보내고 계셨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글을 파는 어르신의 모습은  경건하기만 하다.  "부자가  되는 데는 부지런 함과 착함이 서로 나란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부지런함이 지나치면 죄를 저지르기  쉽고 착하기만 하면 재물이 안 따라와요. 그래서 적당히 구정물에 발을 담가야 생존 요소를 얻는다는  뜻이 담긴 글이여. '  저자가 이만원인데 만원에  받았다는  글 파는  할아버지에게 나도  한 장  받으러 가고 싶어진다.  따뜻한  가르침도  한마디 들으면서.

  '아버지의 셈법'은  우리 모든 부모님의 셈법은 아닐지.  힘든 시절  어떻게든 자식들과 살아내야 했던  그들의 삶의  모습들이  아름답기만 하다.  사이다와 삶은 계란을 유일하게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었던  소풍의 추억,  자장면은 일 년에 한 번도 먹기 힘든 고급요리였던 그 시절의 이야기들은 모두 나의 이야기이다.  물론  도시에서 자랐던 나와 달리 시골에서  유년을 보낸  저자의 추억이 더  따뜻하고 아름다워 부럽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렇게  어린 시절들을 보내고 지금  누군가의  엄마, 아빠가 되어 있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는  살며시 미소가 어리고, 또 어떤 이야기는 내 이야기를 담아놓은 듯  반갑기만 하고......그렇게  저자의 글 속에 빠져들었다.  그가 주운 이야기들은 내가  흘린 이야기들 이었다.  하지만 솜씨있는 저자의 글 솜씨로 다시  내가 잊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만나니 너무 반갑기만 했다. 크지는 않지만  잃어버린 작은 물건들을 다시 찾은 기분 처럼.  그래서 나는  늘 글 잘 쓰는 그들이 부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