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5
김영주 지음 / 컬처그라퍼 / 2010년 6월
절판


지리산

- 나도 그 깊고, 넓은 품속에 들고 싶다 -



여러 차례 외국여행을 통한 여행서를 집필했던 작가가 쓴 우리 지리산 여행기를 만났다. 저자의 말처럼 오히려 첫 발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는 말에 공감을 한다. 늘 가까이 있기에 우리는 더 우리 것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가까우니까 오히려 언제든 갈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자꾸 더 뒤로 미루게 되는 건 아닌지. 여러 책을 통해, 방송을 통해 지리산을 접할 때마다 언젠가는 한 번 가봐야지 벼르기만 했을 뿐, 아직도 지리산을 제대로 여행해보지 않았다. 언제인가 아주 오래 전에 회사모임에서 아주 스치듯이 지리산 '뱀사골'을 갔었던 기억은 남아있는데 그저 명칭정도만 기억날 뿐 풍경도, 추억도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변덕스러운 우리를 온전히 그대로 받아주는 곳. 우리 가까이에 늘 있으면서 한결같은 그 곳을 잊고 있었다. 특히 저자와 지인들의 지리산 종주를 읽고 나니 나도 자신감이 생긴다. 나이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조금은 엄살기 있는 그녀의 지리산 종주 이야기가,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체력일 것만 같은 마음과 함께 더 용기를 얻어본다. 그녀가 묵었던 구례의 고택 '곡선재'에서 나도 머물고 싶어 지기도 한다. 오래된 편안한 한옥의 품속으로, 그리고 그 곳에 살고 있는 따뜻한 사람들 속으로. 정말 '머무는 여행'을 꿈꿔본다. 하루 이틀 반짝 떠나서 그저 스치듯이 바빠 생각을 할 시간이 없는 여행이 아니라, 마음으로 한껏 그 곳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여행이 너무 그립고 또 부럽기만 하다.






지리산을 온전히 모두 담아낸 듯한 그녀의 여행기를 만나고, 조목 조목 소개해주는 따뜻한 사진들과 함께 사람사는 냄새가 여기저기 묻어 나는 편안하고 솔직한 글들을 만나면서 참 따뜻한 시간이었다. 다들 벼르고 벼르는 해외여행도 좋겠지만 정말 비행기를 탈 필요도 없고, 몇 년을 두고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고, 그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우리 땅 여행이 갑자기 너무 소중하게 다가온다. '고개를 낮춘 자연이 길 위의 여행자에게 자리를 내준다. 조금만 쉬었다 가라고. 잠시라도 긴 숨을 내쉬어 보라고. 나는 바지를 둘둘 말아 무릎까지 올리고 두 팔을 번쩍 치켜 올렸다. 내 가슴에 따뜻한 바람이 인다. 여기는 바로 내 나라다. ' 나도 그녀처럼 나를 안아주고, 담아줄 그곳으로 떠나리라.





아!! 지리산이 이렇게 근사한 곳이라는 걸 이전에는 이만치 알지 못했다. 장편소설 '태백산맥'을 읽고 나서 지리산이 한동안 마음속에 떠나지 않아 그 당시에는 당장 떠나보리라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리고 또 오랜 동안 잊고 있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저자와 함께 그녀의 발길을 따라 한 발씩 들어설 때마다, 다시 그 감흥과 함께 또 마구 들뜨는 마음이다. 책 속에 소개된 '이원규'시인의 시처럼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다 품어줄 것만 같은 지리산이 자꾸 손짓을 한다. 중년에 접어들고 보니 진짜 소중한 것들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걸 매일 더 깊이 느낀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우리가 가까이 있기에 모르고 살아가는 귀하고 귀한 우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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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이원규'의 시 '행여 지리산에 오리려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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