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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이야기 - 시와 그림으로 보는 백 년의 역사 ㅣ Dear 그림책
존 패트릭 루이스 글, 백계문 옮김,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 사계절 / 2010년 5월
그 집 이야기
-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운 책 -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은 말 그대로 그림책이다. 그런데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보기 위해 글을 일부러 줄인 그런 그림책이 아니다. 한 버려진 농가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이후 그 농가가 100년이라는 세월동안 집과 그 풍경이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 집 이야기'는 집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면서, 집이 사람들의 삶에 따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행복해지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하는 이야기이다. 그러기에 이야기를 진행하는 화자는 바로 집이며, 그 집이 우리에게 도란 도란 이야기를 전해준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신의 20세기 100년동안의 기록들을.
'내 현관 위쪽 상방 돌에는 1656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다. 페스트가 창궐한 해이고, 내가 새워진 해다.' 라고 시작하는 그 집이 들려주는 이야기. 집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망치, 톱을 알게 되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총소리도 듣게 된다. 그리고 어느날 외롭게 버려졌던 그 집에 다시 아이들의 발견으로 인해 사람들이 살게 되고, 집은 다시 사람들이 사는 본래의 집으로서의 생명을 얻는다. 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살아나고, 그 아이들이 자라 사랑을 찾고, 결혼을 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집은 봄의 꽃향기부터 겨울의 눈보라까지 온전히 몸으로 느끼면서 자연의 섭리를 이해해 간다.
이 한 권의 책은 내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어떻게 이런 책을 만들어 낼 생각을 했을까 그들이 존경스럽다. 보고 있으면 집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집의 모습이 변할 때마다 그의 고통이 그림을 통해 느껴지고, 집이 행복해 하는 모습 또한 그림을 통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내 과거의 추억의 집이 마냥 그리운 시간이었다. 어린 시절 내 모든 것이 담겨 있을 그 집은 이제는 없다. 이미 오래 전에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철거되었고, 지금은 역이 되었고, 광장이 되어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 곳을 지날 때면 그 때 그 골목들이 생각난다. 친구들과 함께 늦도록 뛰어 놀던 그 골목과 내 어린 시절 집의 모습이.
책을 좋아해서 많은 책을 만났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이름있는 작가들을 어린이 책을 많이 만난편이다. 그리고 아이들 책이지만, 내가 더 감동이 되는 소중한 책이 있다. 대부분 그런 책들은 두고 두고 보더라고 늘 마음이 따뜻해지고, 아이들이 자랄 때까지 꼭 간직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그동안 만난 다른 어떤 소중한 책보다 더 소중하고 귀한 책을 알게 되었다. 두고 두고 평생을 간직하고 싶은 책, 아이들이 자라면 다시 보여주고 싶은 책, 다른 사람 누구에게든 선물하고 권하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을 만나면, 그림을 만나면 누구나 나의 이 흥분을 이해할 것이다.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가 그린 다른 모든 책들이 궁금해지고, 어서 만나보고 싶다.
새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옛말은 어디로 갔을까?
하지만 나는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나를 찾는 햇살과 빗물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