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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기를 -
아이들이 지나가는 예쁜 모습을 봐도 눈물이 찔끔 날만큼 난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참 많다. 그러니 슬픈 드라마나 다큐 프로, 소설을 읽으면서 우는 일은 이제 너무도 다반사로 아이들도, 남편도 '또 우나 보다...'하고 별 신경도 안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어찌나 더 꺼이 꺼이 울었던지 늘 우는 내게 식구들이 관심을 갖는다. 정말 그렇게 꺽꺽 대며 울었다. 처음 아는 얘기도 아니다. 예전에 '나문희'씨의 절절한 연기와 함께 드라마도 봤었고, 또 언젠가는 토론수업 때 다룬 적이 있었던 내용이다. 그러니 뻔히 다 아는 이야기인데 또 그렇게 눈물이 났다. 가슴이 뻐근할 만큼.
엄마가 얼마나 아플까 보다는 엄마가 안 계시면 난 어쩌나, 그 생각밖에 안 들어요.
엄마가 없는데 어떻게 살까. 어떻게 살까. 그 생각밖에 안들어요. -168쪽-
살면서 누구나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몸쓸 병에 걸려서 아파하는 모습을 보는 일만큼 힘든 일도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그렇게 하루 하루 그 자리에 있을거라 생각하며 무심했던 남편이라면. 자기 어머니에게 너무 헌신적이어서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남편, 자신이 의사면서 아내가 아프다하면 별거 아니니 약이나 사 먹으라 했던 남편, 모든 가정사는 아내에게 맡겨두고 나몰라라 그저 집안일에 냉냉 했던 남편...... 그런 남편이 울고 있다. 아내가 불쌍해서, 자신이 잘못한 일들이 너무도 많아서, 혼자 남게 될 자신이 불쌍해서, 너무 바보같았던 아내 때문에 속상해서.
남는 사람들은 안다. 정말 보내기만 안타까워서 울었던 것일까. 엄마가 떠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자식들은 먼저 자신들이 살아갈 앞날에 엄마가 없다는 사실이 더 두렵기만 하다. 늘 따뜻한 밥을 해주며 당연히 그 자리에, 외출했다 돌아오면 당연히 그 자리에, 전화하면 당연히 한달음에 받아야 하는 그런 것이 엄마인줄 알았다. 공기처럼 그저 늘 그렇게 존재의 고마움도 모른 채 당연히 그렇게. 그러다가 없어진 후에야 그 자리가,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하고 큰 자리였는지, 얼마나 많이 후회할 일들만 하면 살았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가슴에, 갈비뼈에, 발등에 두루두루 불도장 처럼 박히는 것 같다.
저것들이, 내 새끼들이 울며 간다. ... 죽는다는 것, 그건 못 보는 것이다.
보고 싶어도 평생 못 보는 것. 만지고 싶은 데 못 만지는 것. ...
그것이 바로 죽음이라는 이름의 지독한 이별인 것이다. -296쪽-
마지막까지 엄마는 울며 가는 자식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만질 수 없고, 볼 수 없고, 못 만나야 하는 죽음을 길에 들어선 엄마는 그래서 가슴에, 갈비뼈에, 발등에 불도장을 찍어댄다. 이제 자신이 떠나면 저렇게 울기만 할 것 같은 내 새끼들이 밟힌다. 저것들 앞날에 엄마가 없어서 받을 아플 일들이 하나 하나 걸리기만 하는 것이다. 있어주지 못하는 그런 시간들을 견딜 자식들이 걱정인 것이다. 내 몸이 아프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보다 저것들, 내 새끼들 울고 가는 일이, 울 일이 아파서 엄마는 이별이 아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