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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부모님의 손을 잡아 드리세요
이상훈 지음, 박민석 사진 / 살림 / 2010년 5월
평점 :
더 늦기 전에 부모님의 손을 잡아드리세요 - 부모가 되어도 다 모르는 철부지 자식들 -
어머니
훗날 자식 둬 보면 어미 맘 알 거라 하셨던 어머니.
그러나 딸 아들 내리 낳아 보듬어 안고서
전 아직 당신의 흰머리조차 어쩌질 못하고
돌아서서 눈물만 찔금 거릴 줄 아는
그런 철없는 딸인 걸요.
...(본문 내용 중 242쪽 중에서)
사춘기 때에는 그저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보이기만 해서 작은 일에도 엄마에게 화를 내곤 했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또 이런 저런 일들로 힘든 부모님에게 한 가지 더 짐만 되어 드렸습니다.
결혼을 하면 부모 마음 알거라고, 자식을 낳고 나면 엄마마음 알게 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두 아이를 낳았고,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었는데도 아직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아는 것도 같은데, 그냥 아는 것에서 그만 입니다.
내 새끼 한 끼는 걱정이 되면서도, 내 새끼 아픈 건 가슴이 쏴~~아 해 지면서도 '내리사랑 이라잖아'~
하면서 핑계를 만들어 내 마음이 편하도록 조치를 취합니다.
무엇을 해드리면 좋아하실지, 웃게 해드리는 방법이 무엇일지 아는데, 그냥 마음속 생각뿐입니다.
그리고 돌아서면 좀 더 상냥하게 굴지 못하는 내가 싫기만 합니다.
남들은 계실 때 잘 하라고, 잘해야지 싶으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더라고 말합니다.
그럴 때마다 '그래, 오늘부터라도 잘해야지......' 결심만 합니다.
그러곤 내 가족들 저녁거리걱정, 내 새끼들 걱정만 하다가 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고 또 시들해집니다.
생신이다. 명절이다. 그저 때가 되면 최소한의 도리만 지킬 뿐 그것으로 할 일을 다한 듯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조목 조목 저자가 더 늦기 전에 할 일들은 돈 한푼 드는 일이 아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들도 아니다. 마음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해드릴 수 있고, 그러면 너무도 좋아하실 그런 일들이다. 그런데 할 자신은 사실 없다. 그 동안 얼마나 싹싹하게 굴지 않았으면 실천하는 장면을 생각하는 일도 쑥쓰럽고 어색하기만 하니 정말 내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다.
나이 들고 부모님 손을 잡아드린 적도 제대로 없는 것만 같고, 아버지 발을 씻겨 드린 적도 물론 없으며, 부모님을 업고 걸어본 적은 더 더욱 없다.
사진을 보면서, 저자의 글들을 읽으면서 정말 아무 것도 해드린게 없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들, 딸 자식을 다섯이나 낳아 기르시고, 그 중 한 자식은 먼저 가슴에 묻어버리고, 언제나 가슴앓이를 하시는 두 분이다. 충분히 헤아린다 싶으면서도 항상 돌아보면 아무 것도 한게 없는 나를 발견하고 여전히 철없는 내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아직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은 마음으로 그나마 조금의 위안이 되었다. 아마 부모님이 벌써 떠나버린 다음, 이제 늦어 버렸다고 생각이 들면 더 많이 아파하며 후회만 했을 것이다. 돌아보면 부모님의 일생이 정말 파란만장하다 싶기만 하다. 어느 집이나 마찬가기겠지만 '더 잘~해드려야지' 할만한 이유는 넘치고도 넘친다. 그런데 여전히 미적지근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실것 처럼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이제 그만 정신을 차려볼 심산으로 또 결심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