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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 (백색인), 신들의 아이 (황색인)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 어문학사 / 2010년 4월
평점 :
신의 아이 (백색인), 신들의 아이 (황색인)
어느날부터인가 살면서 한 가지 종교를 가지고 믿음생활을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최근에 마음속에 아직 믿음은 많이 부족하지만, 한 가지 종교를 선택해서 다니고 있는 중이다. 이유는 친정 작은어머니가 20대의 젊은 외동딸을 병으로 잃고 힘든 상황이 되었는데, 오랜 믿음생활로 믿음을 갖지 않는 사람들보다 굳건하게 잘 견디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이다.
사촌 동생이 유명을 달리 한 것이 벌써 몇 년 전의 일인데, 그때부터 작은어머니를 대할 때마다 가슴속으로는 너무도 안타깝고 힘들게 견디고 계시겠지만, 의외로 당신의 딸이 진정 꼭 쓰임이 필요한 좋은 곳에 갔을 것이라고 긍정하는 마음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작은어머니의 믿음에 대해서 여러 차례 물을 기회를 갖게 되면서 내 생각도 깊어지게 되었다.
과연 인간에게 있어서 종교란 무엇인가? 믿음을 갖는 마음은 어떤 것인가? 에 대해 제법 진지하게 오랜 시간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 살씩 나이 들어 갈수록 내가 더 늙고 병이 들거나, 앞으로 힘든 일들이 닥치더라도 믿는 마음이 있으면 조금 더 의지가 되고, 마음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건 아닐까 고민하곤 했다. 딱 내가 종교에 대해, 믿음에 대해 이런 저런 갈등과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기에 동, 서양의 종교관. 종교를 공부한 사람들이 종교와 멀어지거나, 죄를 지었을 때의 갈등등에 대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종교관에 대해서도, 모든 믿음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된다.
아직 종교에 대한 지식도, 마음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책을 읽어 나가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동, 서양의 종교적 차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다가 종교적인 부분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아, 작가에 대한 검색을 먼저 해보게 되었는데, 일본인으로 태어나 어릴 때 가토릭 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청년기에 프랑스로 가토릭 대학에 유학을 한 그에 대한 정보들을 알게 되니, 조금씩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일부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본느'의 포동 포동한 무릎은 낙인 찍히듯 내 기억 속에 하얗게,
너무나도 하얗게 남겨졌다.
나의 육욕은 학대의 쾌락을 동반하며 눈을 떴다.
'신의아이 (백색인)'을 읽어가는 동안, 어느 부분은 정말 진지하게, 또 다른 부분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을 만나면서도 인간과 믿음에 대해, 종교와 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신의아이 (백색인)' 에 등장하는 주인공 '나'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로부터 청교도 적인 생활을 하도록 교육받는다. 그러다가 어느날 우연히 하녀 '이본느'의 하얀 허벅지를 보면서 자신 안에 숨어 있었던 쾌락에 대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차대전중 독일군대의 통역관이 되어, 청년기에 알게 된 신학생 '자크'를 고문하는 입장이 된다. 그러면서 그의 연인인 '마리 테레즈'를 고문실 옆방에 데려와 범한다. 연인을 통해 마지막으로 '자크'의 자백을 받아내고자 했지만, 결국 ' 자크'는 혀를 깨물어 자살하고 만다. 주인공 '나'의 행동들을 따라가면서 한 인간의 내부에서 선과 악, 쾌락과 갈등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어째서 하느님과 교회를 잊지 못하나요? 잊으면 되잖아요.
당신은 교회를 버렸잖아요. 그러면서 왜, 언제까지나 그것에만 매여 있는거죠?"
'신들의 아이 (황색인)' 의 파문당한 신부 '듀랑'과 조금씩 어려운 상황의 그를 돕는 또 다른 신부인 '브로우', 그리고 일본인 이자 교회에서 자신으로 인해 쫓겨난 '듀랑' 과 함께 살고 있는 '기미코'.의 이야기이다. '황색인'은 백인으로 일본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한 순간의 실수로 파면당하면서, 함께 사는 황색인 기미코 사이에서의 갈등을 볼 수 있다. 나 '치바'가 '브로우'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와 자신을 도와주었던 '브로우' 신부를 위험 속에 빠지게 한 '듀랑' 신부의 일기가 내가 브로우 신부에게 말하는 편지내용과 '듀랑'신부가 나와 브로우 신부, 기미코 사이에서의 갈등등을 적은 일기내용이 번갈아 쓰여져서 서로 다른 백색인과 황색인의 눈으로 보는 종교와 갈등을 보여준다. 서양의 유일신을 믿는 종교관을 가진 '듀랑'과 동양에서 살아온 '기미코'가 가진 기독교를 보는 종교관을 보면서 서양인들의 기독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이 무거운 추를 무엇으로 제거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