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티타
김서령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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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티타티타  -  함께 성장하던 그녀들은 아직도 성장 중이다  -
 
 나에게 있어 피아노란 숨은 그림찾기 같은 것이었다. 어떤 곡을 들을 때면, 혹은 연주를 할 때면 해묵은 그림 한 장 슬며시 날아 올랐다. -119쪽-
  늘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녀들 미유와 소연. 자매처럼 둘은 붙어다녔고 모든 것을 함께 했다. 바쁜 엄마들로 인해  가게방 할머니에게 맡겨져 정성없는 음식들을 먹었던 것도 함께 였고, 처음 피아노를 배우고 '티타티타'(젓가락행진곡)를  연주한 것도 함께 였다.  아빠가 없었던 소연은 미연의 완벽한 것 같은 가족구성이 부러웠고,  부모나 형제가 있었지만 늘 잡음이 있던 가정의 미연은 소연의 가족을 부러워하면서,  서로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한 살씩  성장해가면서  계속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일 것만 같았던 둘은 조금씩  어긋남을 겪게 된다. 언제나 아름답게 함께 '티타티타' 할 것만 같았던 두 친구는 이제 더 이상  어린아이들이 아니다.
 
  늘 함께일 것만 같았고, 누구보다 함께일 때 완벽했던 그녀들은 이제 그런  사이였던 관계가 오히려 부담스러운 사이가 된다.  소연은 소연대로,   미유는 미유대로 서툴게 자신들의 삶을 한 장씩 그려 나간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면서 아름답던 어린 시절의 화음은 이제 불협화음으로 거친 소리를 낸다.  살다보면, 한 살씩 나이 들어 간다는 것은 처음 마음으로 아직 어린 시절의 순수로 살아지지는 않는 것이 삶인 것이다.  그저 함께 해서 좋았던 순수는 하나씩 자아를 발견해가고, 삶에 대해 알아가는 성장과정에서 어긋나고 일그러진다. 그렇지만 그것 또한 삶의 한 방식이고, 성장의 한 과정인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새 것은 많지 않다. 새 것이 아닐 일들만 남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심드렁했다. -182쪽-
 
  소연과 미유의 성장과정을 만나면서 나의 어린 시절과 성장의 시간들이 함께 겹쳐졌다.  처음 동생들과 집에는 없던 피아노를 누군가의 집에서 보게 되고 함께 젓가락 행진곡을 치던 생각이, 학교에서 오래된 오르간을 만나 친구와 함께 하던 젓가락 행진곡의 리듬들이 가슴으로 들려왔다. 나도 그때는 어린 시절 순수 그대로였고, 점점 자라면서 이런 저런 성장 통을 겪게 된다. 늘 내 마음대로만 자랄 수 없었고, 수시로 내가 하는 내 행동들이  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늘 그런 나를 인정하지 않고 끝없이 부딪치기를 반복했다. 지나고 보면 그런 부딪침을 시간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어느날, 성인이 되어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다 그렇게 거쳐가는 것이 아닐까.
 
한 장의 인생이 악보처럼 지나갔으니, 이제 다른 인생이 또 시작될 것이다. 나도 엄마처럼, 연희 이모처럼 또 다른 어른들처럼 훌쩍 키가 자랄 것이다. 그러니 괜찮다. 이쯤은. -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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