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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폐인 - 남자의 야생본능을 깨우는 캠핑 판타지
김산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4월
평점 :
캠핑폐인 -사랑하는 가족과 우리 모두 떠나자-
캠핑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다른, 또 하나의 세상이다.
부럽다, 부럽다 소리가 절로 나오면서 책을 읽어 나갔다. 딱 요즘같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야외에서 보내는 텐트 집에서의 휴식을 마냥 떠나고 싶어진다. 정말 텐트를 치고 캠핑을 했던 때가 언제였던가 추억에 젖어본다. 벌써 10년전쯤이 마지막인거 같다.
큰아이가 취학 전이었고, 그때는 대부분 바닷가나 계곡등에서 텐트여행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 인가 콘도생활에 익숙해지고는 여행자체를 콘도나 다른 숙박으로 대체하게 되었고, 여행반경도 그 안에 속해있는 곳으로 행동이 좁아진게 사실이다.
터울 지는 작은 아이를 낳고는 한 번도 야외캠핑의 경험이 없었고, 한 두 번 낮 시간에 잠깐 계곡근처를 찾아 3~4시간 텐트를 치고 놀았던 기억이 있을 뿐이다. 그 당시에는 모두 남편에 의해 텐트가 쳐지고, 식사까지 해결되어 나는 겨우 뒷 처리나 잠자리정도를 챙길 뿐 이었는데, 왜 그리 귀찮다 싶었는지 모르겠다. 지나고 보니 그때가 어떤 콘도나, 일류 호텔에서의 숙박보다 행복한 시간이었고, 더 기억에 남는 추억들은 모두 그때였음을 알겠다.
내가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시 제목 '별 헤는 밤'이 채택됐다.
아~~이 집 아이들은 좋겠다 가장 부러운 순간이었다. 한참 자라는 아이들에게 아빠와 엄마와 떠나는 캠핑여행. 그리고 나무판에 새겨 만든 캠핑장의 야외 집 문패 '별 헤는 밤' 이라니. 꼭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림이 그려진다. 잠시 공룡이름을 문패에 쓰자던 아이가 시큰둥하더라도, 온 밤을 아이와 부부가 함께 별을 헤는 그 시간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인가. 문득 내 아이들이 너무 커버린 것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그래도 마냥 떠나서 나도, 성장한 아이들과 이런 시간을 만들고 싶어진다.
제목의 '캠핑폐인'을 보면서 계속 생각나는 분이 계셨다. 몇 년 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웃이 되어 친해진 분 중에, 50대의 언니같은 분이 계셨는데, 하나뿐인 아들은 성장해 분가를 했고, 남편은 조기명예퇴직을 한 후 지방 소도시의 아파트에 부부만 사시면서 일주일이 멀다 하고 오토 캠핑을 즐기는 분이다. 블로그에는 늘 캠핑장의 모습과 그 때 즐겼던 음식등이 올라오는데, 그 분으로 인해 오토 캠핑장이 전국에 그렇게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각종 오토 캠핑을 즐기는 분들의 축제도 많다는걸 알게 되었다.
언니는 때로는 부부만의 캠핑을, 때로는 단체 캠핑을 하곤 하는데, 한 겨울에도 캠핑은 계속되었고, 캠핑도구도 참 다양함을 알게 되었다. 이런 저런 캠핑 담과 사진들을 볼 때마다 내가 댓글로 남긴 말은 '아~세상에서 제일 부럽게 사는 사람은 언니예요. 나도 나중에 아이들 키워놓고 딱 언니처럼만 살고 싶어요.' 그 말이었다. 이 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언니의 정감있는 캠핑여행기와, 저자의 너무도 근사한 사진과, 시처럼 아름다운 글들이 함께 어울려 너무 따뜻하게 다가왔다. 수시로 부럽고, 설레는 마음과 함께.
'더치 오븐'에 올려놓은 숯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진지해진다...
이 숯이 무쇠냄비를 달궈 환장하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낸다.
언제든 내가 언니처럼, 저자처럼 오토 캠핑을 떠나는 그 날이 온다면 텐트보다 먼저 준비하고 싶어진 것이 바로 저자가 극찬한 쌀 반포대의 무게라는 '더치 오븐'이다. 더치 오븐에 대한 저자의 글을 읽기만 했는데, 몇 컷의 사진을 구경하면서 그냥 반해버렸다. 그저 채소든, 육류든 넣기만 하면 최고의 요리가 된다는, 그 맛이 마냥 궁금하기만 하다. 그리고 저자처럼 나도 그 것과 연애에 빠질 것만 같다. 야외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먹는 요리는 어떤 맛일까. 맛과 멋과 자연이 함께 들어있어 더 근사해지는 만찬일 것이다.
' 캠핑폐인'은 캠핑의 정보를 담은 책이 아니다.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것들을 오토 캠핑을 통해, 자연 속에 나만의 집을 지어 밤하늘의 별을 헤면서 삶의 추억을 만드는 여행이다. 사진이나 글들이 어찌나 감동적인지, 여고 학창시절에 반 아이들 몇 명과 담임선생님과 떠났던 한탄강에서의 1박이 마구 떠오른다. 그때 우리는 순수했고, 행복했고, 서로를 사랑했었다. 돌아가며 진실게임을 했던 것 같고, 내가 무엇이 될 것인가 그때의 우리도 별을 보며 촛불을 켜 들고 숙연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저자의 별을 헤이는 마음이 너무도 내게 따뜻하게 행복감을 준다.
언제나 지나간 것들은 그립다. 내 가슴에 별이 되어 남은 사람들,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그들도 나처럼 가끔 별을 보며 잊힌 사람들, 세월의 저편에서 반짝이고 있을 추억을 떠올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