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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 청년 김원영의 과감한 사랑과 합당한 분노에 관하여
김원영 지음 / 푸른숲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 장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배워가는 시간 )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 어찌 장애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간혹 매스컴을 통해 장애에 처한 사람들을 보게 되거나 장애체험을 하는 경우를 종종 만나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그들을 얼마만큼 알 수 있을까. 나 역시도 이 책을 읽기전까지 여러가지 장애서적을 접했고, 어느 정도 장애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정말 단 1%도 그들의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는 드물게 서울대학교를 나와 로스쿨에 재학 중이라는 저자인 '김원형'은 장애 때문에 더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해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그 이상을 해내고자 늘 최선을 다해왔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늘 곳곳에서 장애물에 부딪쳐야 한다. 마음으로 몸으로 견디고 버티기 해야 하는 일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들은 늘 이곳 저곳 에서 자신의 소리를 들어 달라고 해왔었는데, 우리는 정말 얼마나 그들을 소리를 듣고 있었는가. 생각보다 더 처절하게 한강대교에서, 지하철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워왔지만, 우리는 정말 얼마나 관심이 있었는가 돌아보게 된다. "물러서지 맙시다. 지금 여기서 물러서면 또 집구석에서 수십 년씩 처박혀 살아야 합니다." 그저 말로만 선진국이다. 세계 몇 위 권에 들어갔다 하면서도 우리가 진짜 모든 사람들이 살만한 사회인가 생각해볼 일이다. 그들의 외침처럼 그렇게 싸우지 않으면 또 수도 없이 많은 날들을 방구석에 박혀서 바깥세상을 등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누가 그들을 아픔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누구든, 언제든 장애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렇습니까? 이게 특권입니까? 그렇다면 내 장애랑 바꿉시다." 장애로 힘든 상황을 개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장애가 특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그들의 외침처럼 장애가 특권이라면, 어서 장애의 특권을 갖고 싶어할 사람들이 많아야만 할 일이 아닌가. 참 말도 안되는 소리다. 장애가 특권이라는 그 말에 나도 어이없는 비웃음만 나온다. 너무 무지했던 우리들이었다. 지금도 여전한 우리들이다. 어디선가 선천적인 장애 못지 않게 사고로 인한 후천적인 장애도 갈수록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고, 우리가 아는 사람들 중에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사고로 인해 장애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너도, 나도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나는 무성적인 존재여야 했다. 그것이 나를 상처로부터, 그리고 내 몸의 진실로부터 보호해줄 것이다. 나는 진실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책 속에서 진지하기만 한 저자의 생각들 중에 성에 대한 부분을 읽어가면서 나도 한 번도 장애를 가진 분들의 성문제에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의 말처럼 여성도 남성도 아닌 무성적인 존재로 생각해왔기 때문은 아닌가 싶었다. 이런 저런 책들을 통해, 그리고 살아오면서 누구에게나 식욕처럼 성욕 역시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왔고, 비교적 그 부분에 있어서 개방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들도 우리가 똑같은 욕망이 있다. 몸의 일부가 불편할 뿐이지 성욕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참 내 무지함을 느끼며, 반성하며 그들의 소리에, 저자의 소리에 많은 공부와 후회를 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분노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욕망과 잠재력을 추동 시키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작된 욕망은 우리의 상상력과 공동의 노력을 통해 현실이 된다. 우리는 분노하되, 증오하지 않을 수 있다. -2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