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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1
백동호 지음 / 밝은세상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실미도 -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
우선 저자의 약력을 보고 책에 대한 호기심이 더 강해졌다.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교도소에 수감된 8년여 시간동안 3천권이 넘는 책을 읽었으며, 소설은 대부분 소설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적은 일기와 같은 글이었다. 자서전처럼, 일기처럼 쓰여진 책이지만 소설보다 더 한 감동이 있다. 누구나 쉽게 '내가 살아온 날들을 소설로 쓰면 10권도 넘을거다' 라고 말하지만 이 책을 만나보면 감히 그런 말을 절대 하지 못하리라.
'실미도'는 이미 오래 전에 영화로 먼저 만났던 작품이다. 남편과 함께 한 영화였는데 오래전이긴 하지만, 보고 나서 첫마디가 '너무 잔인하다'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잔인한 영화나 전쟁영화를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었지만 오래도록 영화의 내용을 잊을 수는 없었다. 실미도는 우리의 역사였고, 실제 사실이었기에 꼭 알아야 할 부분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분단국가이고, 아직도 젊은 청춘들이 천안함에서 안타까운 목숨을 잃어야 했다.
저자는 실미도의 이야기를 통해, 그 때 살아남은 사람의 얘기를 통해, 다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은 실미도에 관한 이야기만을 쓴 책은 아니다. 함께 지냈던 사람 중에 실미도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얘기를 통한 실감 나는 실미도와 함께 작가의 자서전형식의 글이 함께 한다. 어린 시절 아동학대속에 자라면서, 자라서 범죄에 빠져들게 되고, 수감생활을 통해 다시 소설가로 태어나기까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그의 삶이 함께 한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수없이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수시로 생명의 위험을 받는 속에서도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이제는 어엿한 소설가로 성공한다. 매번 이길 수 없을 만큼의 힘든 상황이었지만 소설가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기까지 그의 피나는 노력을 보면서 얼마든지 새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이 변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라도 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어려움에 처해 비관만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통한 그의 이야기가 용기가 되길 바란다.
온 나라가 들끓는 천암함 사태는 지금 우리의 현실이라면, '실미도'는 과거의 우리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치를 떨어야하고 울 일이 계속되고 있다. 남과 북으로 나뉘어진 분단국가의 국민으로 국가의 쓸모있는 일을 위해 특수하게 조직된 정말 특수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실미도의 특수부대에서 희생된 31명과 천암함에서 희생된 46명이 끝이길 바래본다. 우리가 이제 더 이상 운명이라고 말할 일이 없기를...... 그것은 운명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