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편 소설선 1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0
김동인 외 지음, 오양호 엮음 / 문예출판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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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단편 소설선 1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다루어졌던 우리나라 고전문학 단편집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김동인, 현진건, 나도향......등 모두 12분의 작가와 16편의 단편 작품들이 모여있어,  오랜 만에 우리문학에 푹 빠져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중학생 딸아이가 얼마전 인가 국어 교과서에 '김유정'의 <봄봄>을 배우고 있다는걸 교과서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새삼 예전 학창시절이 생각나며 꼭 한 번 다시 우리의 단편들을 읽어봐야겠다 벼르던 중이었다. 한 두 작품은 처음 접해보는 내용이었고, 나머지는 학창시절에, 혹은 단편으로 만들어진 텔레비전을 통해 예전에 접했던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번에 다시 읽으면서 세월이 흘러서 인지,  이제 조금은 삶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어서인지, 너무나 감동하며 행복한 시간이었다.

 

  *홍염 (최서해) : 그 기쁨은 딸을 안은 기쁨만은 아니었다. 작다고 믿었던 자기의 힘이 철통 같은 성벽을 무너뜨리고 자기의 요구를 채울 때 사람은 무한한 기쁨과 충동을 받는다. - 살아보겠다고  고향을 등지고 타국으로  옮겨왔지만, 그곳에서 그만 문서방은 중국인에게 빛을 갚을 길이 없어 하나뿐이 외동딸을 빼앗기게 된다.  아내는 한 번만이라도 딸을 보고 싶은 마음에 병이 깊어 죽어가지만, 중국인 억지 사위인 '인가'는 딸  '룡례'를 만나게 해주지 않는다. 결국 아내는 미쳐서 죽어버리고, 문서방은 아내의 한 많은 죽음을 뒤로하고, 인가의 집에 불을 지르고 인가를 죽여버린 후 드디어 딸을 만나 품에 안는다. 사람처럼 살고 싶었으나 사람취급을 받지 못하고 그저 당하고만 있던  무능력했던 아버지는, 빼앗겼던  딸 '룡례'를 안으며 이제까지 악만 남았던 감정이 스르르 풀리며, 슬프고, 아프고 그리고 기뻐서 눈물을 흘린다. 

 

*백치아다다 (계용묵) :아다다는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밀려 내려가는 무수한 그 지전들은 자기의 온갖 불행을 모두 거두어가지고 다시 돌아올 길이 없는 끝없는 한 바다로 내려갈 것을 생각할 때 아다다는 춤이라도 출 듯이 기꺼웠다. - 아다다에게는 최선이었다.  늘 아프고 슬프기만 했던 자신을 사랑해주는 수롱과 계속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수롱'의 돈을 버리는 것만이 이제 더 이상 학대받거나, 맞지 않고  한 사람에게 영원히 사랑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너무도 모질게 늘 넉넉해지면 자신을 버리려 했던 사람들로부터, 다시 새로 시작한 남편을 지키는 방법은 그 방법밖에 없었다. 누가 아다다를 바보라 벙어리라 놀릴 수 있을까. 아다다의 모습은 물질만을 추구하며, 여유로움이 찾아오면 어려웠던 일들을  몰라라 하는 우리 모두의 죄가 아닌지.   많이 아프고, 슬프고, 그러면서 아다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우리만이 가지고 있던 정서가 느껴지기도 했고, 그리 오래전이 아닌 70~80년전의 우리나라의 모습이 정말 힘들고 어려웠다는걸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렵기도 정말 어렵고, 일제강점기로 너무도 힘든 시기였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는 정말 우리만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너무 달라진 세상이지만,  정만큼은 그때가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모두가 힘들었고, 못배우고, 그래서 이런 저런 아픔을 겪어야했지만, 그래도 자꾸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책 속에 푹 빠져서 사람냄새, 흙 냄새, 외로움의 냄새까지 실컷 맡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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