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2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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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우린 열 일곱

   순지, 정애, 은영이. 정말 모두 너무 안아주고 싶은 아이들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과연 이 이야기를 얼마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면서, 그래서 더욱 알아야 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가난이 싫어서, 더 배우고 싶어서,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던 우리 딸들의 이야기이다. 그리 오래전의 이야기도 아닌 겨우 20~30년전의 이야기이고, 어디선가 지금도 있는 이야기이다.  꿈 많고 예쁜 우리 아이들은 하루 하루 기댈곳 하나  없는 서울 살이에 서로 의지하면서 함께 살아간다.  같은 고향친구라는 공감 대는 형제이상 서로를 안아 주었고,  그토록  힘든 일을 하면서도 버텨낼 수 있는 이유였다.  고향처럼, 어린 시절처럼 생각보다 산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아이들. "사회 책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나와 있잖아. 그런데 개뿔 평등하긴, 응애 하고 눈떠 보니 태어난 집안과 부모, 돈, 모든 조건이 다 다른데 그게 어디 평등한 거니?" 정애의 말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말에는,  나도 공감할 수가 없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출발선이 다르게 타고난다.  공부가 하고 싶어도 공부할 수 없는 배움의 불평등,  부리는 사람과  부려지는 사람들 간의 날로 심해지는 빈부의 차이, 선택할 수 없이 그저 선택되어 태어난 불우한 가정환경까지. 결국은 그런 불평등 속에 이 예쁜 아이들도 하루하루 서서히 죽어갔던 것이다. 

  부모님이 끝까지 시켜줄 수 없었던 공부가 하고 싶었고,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살아내야만 했던 아이들에게 서울은 희망이었다. 비록 오늘은 어두운 공장 안에서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비참한 날들이지만, 언젠가는, 그래 언젠가는 보란 듯이 공부도 하고, 돈도 벌고 그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부풀었던 열 일곱 아이들.  "그러면 희망이 없잖아. 그저 하루하루를 살다가 때가 되면 시집 가고, 애 낳고.......그건 엄마들의 삶이야. 우린 뭔가가 달라야 해. 돈도 벌고, 공부도 하고, 그래서 출세도 하고, 고향 가서 폼도 잡아 봐야 하잖아." 아이들 마음은 모두 같았다.  형제가 많아 늘 버는대로 고향 동생들을 위해 보내야만 했던 은영이도, 착하기만 한 동생과 바보라고 놀림받는 오빠와  늘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져야 했던 엄마를 생각했던 순지도, 어떻게든 성공해서 누구에게든 사랑받고, 잘 살고 싶었던 정애에게도 희망은 있었다. 언젠가는 바라는대로 살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꿍새야, 깡새야. 이제 그만 나와 봐. 선물 가방 들고 고향 가자! 폼 나게! 이번에도 택시 타고 ....... 가자."

 '그 소리가 정애 목소리처럼 들렸다. 순지야, 잘했어. 은영이의 목소리도 들렸다. 그래 잘했어, 순지야, 인생은 그렇게 살아내는 거야, 인생은......열 일곱 아이들의 꽃 같은 청춘을, 그 아이들의 예쁘고 고운 마음을 어디가서 찾을 수 있을지.  평생을 고통과 그리움 속에서 살아가야 할 순지의 아픔을 어디서, 누구에게 보상받을지. 정말 우리 어른들이 미안하고 또 미안해할 일이다. 자꾸 미안하기만 하다. 보고 싶고, 부르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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