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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길을 묻다 - 영상아포리즘 01
김판용 지음 / 예감출판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꽃들에게 길을 묻다
저자는 참 재주가 많은 사람이다. 시를 쓰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진을 찍는다. 그러면서 작은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갖고 있는 따뜻한 사람이다. 한 장씩 사진들과 함께 펼쳐지는 글들은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바로 보기 힘든 것들에 대해 담담하게 찍고, 써내려 간다. *일흔이 되도록 자식들 뒷바라지만 하시는 어머니들의 냄새 나는 발, 우리가 차를 몰고 잘난 척 머리 노릇을 하고 다닐 때, 이 땅의 어머니들은 바로 그 발로 세상을 붙잡고 계셨던 것이다. 절간에 불공드리러 오신 분들이 벗어놓은 신발들을 통해서도 생각은 한없이 깊기만 하다. 꼭 내게 하는 소리같아서 민망하기만 했다.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모든 걸 바친 우리네 어머니들은 또 일흔이 넘은 그 나이에 소원을 빌고 계신 것이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 달라는 소원도, 맛난 것 많이 먹게 해 달라는 소원도 아닐 것이다. 내 한 몸 어찌 되든지 우리 아이들, 내 새끼들 모두 건강하고 잘 살게 해 달다고, 자식들 하는 일들 힘들지 않고 평탄해서 나처럼 고생하지 않게 해 달라고, 빌고 계셨을 것이다. 참 예쁘지 않은가. 냄새 나는 신발들을 잔뜩 벗어놓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며 나를 반성하는 그 마음이.
*집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운명적 공간이자, 영혼의 안식처이다. 그 보잘 것 없는 세간들이 바로 나를 반겨주는 기반이다. 집. 참 편안한 곳이다. 나도 공감한다. 넓지도, 좋지도 않지만 그래도 어디든 떠났다가 돌아오면 하는 말 ' 그래도 집이 최고다'. 한다. 오랜 세월 찌든 살림살이들도, 좁다, 살기 싫다 하던 날들도 함께 그 속에 담겨 있는 안식이고, 위안이다. 거기에 추억과, 안쓰러움과, 가족들까지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다. 두 발 쭉 펴고 잘만한 공간이, 눈치 볼 이유없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어찌 눈치 볼 일이 한 두 가지란 말인가. 살다보면, 살아내려다 보면 한시도 마음 편안하지 않은 것이 사람들 부대끼며 살아내야 하는 날들인데...... 집, 간이역, 시골마을의 작은 학교, 들꽃......보잘 것 없다, 눈 여겨 보지 않던 많은 것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우리가 늘 만나는 일상들 모두가, 소중하고 값진 것이라는 사실을 사진들을 통해 깨우쳐 준다. 하루살이가 힘든 우리들에게 마냥 그렇게 살지 말라는 손짓으로 다가온다.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너무 예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