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짠

술짠
노희정 지음 / 책나무 / 2009년 2월

술짠  -술, 그 황홀한 이름-

 

  *빈천한 자라도 술의 법도를 지키면 함께 마실 수 있으며, 부귀한 자라도 법도를 지키지 않으면 함께 마실 수 없는 것이다. 술의 법도에는 '인의예지신'이 다 들어 있으므로 술자리에서는 '빈부귀천'을 따로 논하지 않는다. -주도- 사실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한때는 서로 어울리기 좋아하는 성격에 조금씩은 함께 자리를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지만, 자꾸 멀리하다보니 이제는 거의 마시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는 술을 못마시는게 아쉽거나,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부럽지는 않았다. 내가 마시지 못하는 만큼 외아들인 남편은 혼자 커온 탓인지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어울리고 친구사귀기와  함께 술을 좋아한다. 어쩌면 남편이 너무 술을 즐기다 보니, 내가 그만큼 더 술이 싫어지게 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인지 나름 술을 많이 하는 사람이나 너무 도를 넘는 사람을 보면, 사실 한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남편이 심하게 술로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니어서 그런대로 잘 살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한 살씩 나이가 들어가니 이제 남편이든, 아니면 좋은 친구들과의 자리에서든, 서로 깊은 얘기를 주고받거나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질 때는 조금은 대작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상대방이 주도를 아는 사람이면 더 좋겠고.

 

  *술이 꼭 좋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끔은 맨 정신으로 살기 힘들 때 한 잔의 술을 마심으로써 세포의 감각을 무디게 하거나 흥분하게 하는 것 또한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43쪽- 참 술을 좋아하는 저자이다. 그리고 나는 잘 모르지만 술을 제대로 마실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내가 많이 하는 생각이었던, 술을 조금은 마실 줄 아는 연습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대해 해답을 찾은 기분이다. 술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저자의 말처럼 맨 정신으로 힘들 때가 가끔 생긴다. 그럴 때  서로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고, 술기운을 빌려서 가슴을 내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 정도가 지나치지만 않다면 삶을 살아가는데 오히려 좋은 약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마침내 하게 되었다.  이제 아이들도 점점 자라서 자기 갈 길을 갈 것이고, 나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리고 서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버린 남편과 함께 서로 마음 헤아려주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진다. 서로 힘들 때 조금은 술의 힘을 빌려보고 싶기도 한다.  술에 대한 많은 생각과 함께, 막혀있던 사고방식이 많이 뚫리는 시간이 되었고, 술에 대한 해박한 저자의 생각을 통해 여러가지 공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