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디로 갔을까

다들 어디로 갔을까 ㅣ 우리들의 작문교실 13
현길언 지음, 백성민 그림 / 계수나무 / 2010년 3월

다들 어디로 갔을까
 
  제주도에서 나신 작가의 성장소설이자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이라는 말이 너무 공감이 되는 책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을 어린 시절의 아픈 이야기들이 한 가지씩 펼쳐질 때마다, 많이 아프고 슬픈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어른들과 한 집에 살면서 어른들의 기대와 사랑을독차지했던 규명이는 같이 살던 개, 소, 닭들에게 깊은 애착을 갖는다.  동물뿐 아니라 식물 기르기까지 여리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규명은, 다시 자신이 사랑하며 기르던 동물들과의 헤어짐을 겪기도 하면서, 점점  살아가는 이치를 깨우쳐간다.  일찍 죽은 형의 몫까지 가족의 사랑과 보살핌을 독차지 하면서도 시대의 아픔으로 인해 한 사람씩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가고, 결국은 엄마와 단둘이 남게 된다.  아이들 동화책이라지만 읽는 동안 정말  마음이 아프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요즘 아이들에게 생소하기만 한 과거의 제주 4.3사건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책을 읽는 아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함께 읽으면서 잘 접하기 힘든 오래 전 이야기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소중한 시간일 것이다.
 
  살다보면 규명이 처럼 자신의 의지로 어쩌지 못하는 어려운 일들을 겪게 된다. 나도 전쟁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삶 속에는 크고 작은 언덕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럴 때마다 규명이 할아버지가 규명이 에게 키워주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규명이 아버지조차 할아버지의 뜻을 이해하지 못할 때 "담력을 키우는 일이다. 그래도 병약한 놈이 오기라도 없으면 어떻게 하겠냐? 세상이 하도 뒤숭숭하니, 사람은 무엇이나 할 수 있어야 한다." 면서 규명이 에게 소를 다루는 일 부터 이런 저런 일들을 시키신다.  이 말처럼 집안에 어른이신 할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에 규명이는 결국 엄마와 둘이 남아 다시 쓰러진 집안을 일으켰을 것이다.  아픔을 겪은 만큼 더 강해지고 질기게 세상과 맞서며 살아냈을 것이다.   
 
  읽는 동안 대가족의 어르신들이 손자에게 심어주는 삶의 지혜를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규명의 아버지조차 헤아리지 못하는 가운데 할아버지의 규명에 대한 깊은 사랑은 결국 규명을 점점 야무지고 당찬 아이로 성장시킨다. 제주사건과 과거의 여러가지 아픔을 읽으면서, 자식을 키우는 내게 더 와 닿았던 부분은 바로 할아버지의 깊은 가르침 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예전보다 늘 의지하고 나약해진 아이들의 모습에서,  햇 가족 시대인 것이 참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시간이었다. 살아온 만큼의 세월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씀과 생각 속에 늘 지혜로움으로 남아있어,  그것이 집안을 이끌어가는 기둥이 되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좋았다. 그리고 지금 내 아이들에게 그런 마음을 심어줄  할아버지가 안계신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