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와 나
장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케네디와

 * 책을 낸다는 것은 최소한의 믿음과 자만, 맹목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에너지 넘치는 감정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다. 한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진전해 나갈 수 있는 생기나 순진함 따위가 내게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140쪽-  마흔 다섯 살. 인생에서 마흔 다섯이라는 나이는 어떤 의미일까. 딱 나와 동갑인 이 책의 주인공인 '사무엘'의 방황이 어쩌면 가끔 내게도 찾아오는 방황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혈기왕성하고 늘 젊은 청춘이 계속될 것만 같았던  자신만만 했던 인생이었지만, 중년의 작가였던 주인공의 방황을 보면서 같은 나이인 나는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
혹자는 나이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마음 먹기 달렸다고 한다. 나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같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니 더 강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려 노력한다. 일부러라도.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이름에, 인생에 책임을 질 줄 아는 나이라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정작 그 나이가 되어보니 아직도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를 때가 많다.  책 속의 '사무엘'처럼 권태도 아닌, 후회스러움도 아닌 또 다른 무언가가 자꾸 스멀스멀 올라온다.

 *나는 '쿠리아키'의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도망치고 있는 도둑이 아니라 과거를 피해 달아나는, 새로운 삶을 향해 바쁘게 돌진하는 사람이었다. 나에게는 이제 젊은 시절에 느꼈던 똑같은 활력과 용기가 있었다.
제이 에프 케이/ 폴라리스케네디와 나. -256쪽-
이유없는, 자기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깊은 수렁같은 무력감속에 '사무엘'이 선택한 집착은 자신의 정신과 담당 의사가 애지중지하는 케네디의 손목시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엉뚱한 발상으로 시작된다.
시계를 향한 그의 집착으로 무력증은 사라지고 새로운 희망이 생긴다. 케네디의 시계 옆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야 말겠다는. 반드시 내 시계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그의 행동과 생각들이 조금은 충격적이고 엉뚱해서 제정신인가 싶어지기도 했지만, 그를 여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까. 혹시 그를 진찰하던 정신과 담당 의사가 그를 위해 케네디의 시계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사무엘'이 다시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한 작전은 아니었는지. 정신과 의사의 고도의 치료방법같은.

 무언가를 해내겠다는 목표가 생길 때, 사랑하는 무엇인가를 발견했을 때, 우리는 다시 젊음의 마음을 갖게 될 수 있다는 메세지를 독자들이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책이었을까. 그래서 무력해진 중년의 사무엘의 엉뚱한 행동들을 통해 우리가  어느날은 아주 사소한, 때로는 중요한 것들을 다시 발견하고 시작하라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아주 재미있고 즐겁고, 엉뚱하게.
케네디와 나, 아니 케네디와 사무엘이 아닌 정말 나도 나만의 케네디와 나를 연결할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싶어진다. 사무엘이 케네디의 시계를 찾아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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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2010-04-0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보았습니다^^

랄랄라~ 2010-04-07 20:19   좋아요 0 | URL
밤비님~~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