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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아무리 운명이 뒤통수를 쳐서 살을 다 깎아 먹고 뼈만 남는다 해도 울지 마라, 기본만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살이 아프다고 징징거리는 시간에 차라리 뼈나 제대로 추려라. 그게 살 길이다.
살다보면 정말 그놈의 운명이라는 놈을 한 번 만나서 실컷 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다른 건 다 용서가 되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그저 갑자기 예고도 없이 잃는 일이 생길 때는 너무도 원망스럽기만 하다. 눈물이 말랐다 싶다가도 다시 처절하게 아파올 때가 있다. 그럴 때 정말 아무리 운명의 장난이라도 이건 아닌데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정말 징징대다보면 끝이 없이 징징거릴 일들만 생긴다. 차라리 정말 다시 추스리고 일어나보면 또 그런대로 살만 하고, 웃고 먹고 하는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아니었는데......그런 껍데기 말을 하기보다는 너의 그 깜깜한 세계에 내가 함께 들어갔어야 하는데.......암흑 같은 세상에서 무서워 떠는 제 손을 잡고 '괜찮아' 하며 보듬어 안아 주었어야 했는데.......내가 네가 되었어야 했는데, 그걸 못 했구나.
읽으면서 나 역시 너무도 간절하게 떠나보낸 동생이 그리웠던 시간이었다. 공감되는 선생님의 이 글 앞에서 나도 그리운 사람이 있어 한 없이 울었다. 정말 그게 아니었다. 껍데기같은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동생의 아프고 깜깜한 세계에 함께 들어갔어야 했다. 그리고 안아주고 나도 선생님 말처럼 보듬어 주었어야 했다. 이제 너무 늦어버린 일이기에 더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게 보내는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가버릴 줄 몰랐기에 너무도 허무하게 뒤돌아볼 시간을 주지 않고 가버린 그 아이가 그립다.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이제 옆에 없다. 못난 나만 가끔 벅차게 가슴이 아플 뿐......정말 내가 네가 되어볼 생각을 못해서 미안하다.
*살금살금 조심조심 삶의 눈치를 보면 살아야 했는데, 나는 저벅저벅 큰 발자국으로 소리 내며 걸었고, 그래서 다시 나쁜 운명이 깨어난 모양이다.
참 아까운 분이 이제 우리와 함께 하지 못한다는 사실 앞에 가슴이 아프다. 선생님 말씀처럼 살금살금 조심조심 살았더라면 정말 나쁜 운명이 그 분의 곁에서 떠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는 없지만 정말 그럴 수 있었다면. 늘 자신의 부족함을 그대로 드러내며 솔직한 글을 쓰시고, 솔직한 삶을 사셨던 선생님의 50년 인생이 그저 허망하지만은 않음은 많은 이들이 선생님을 그리워하고, 여전히 선생님의 글속에서 아픔을 치유하는 나같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