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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동전
이서규 지음 / 창해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악마의 동전
계속되는 의문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1달러짜리 동전 한 개는 과거의 비밀과 함께 수 많은 사람들의 한을 담아 아픈 과거를 작은 동전 속에 품어 온 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것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게 되든 자신이 얼마나 아팠는지를 알아 달라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아주 아프고, 무서운 이야기를 담고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많은 고통들을 만들어 왔고, 그것들은 다시 대를 이어 원한 속게 키워지고 있었다는 것을......정말 생각하지도 못했고, 전혀 알 길이 없었던 우리 과거 슬픈 전쟁중의 비밀들이 이야기와 함께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소름 끼치는 사실들을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소설과 함께 거론되는 실제 이야기들을 통해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을 알아갈 수 있으면서, 경악할 만큼 잔인한 인간의 행동을 보면서 인간이란 얼마만큼 더 잔인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자꾸 깊어진다. 시대적인 사실들이 필요한 이야기인 만큼 내가 알지 못했던 그 시대의 사회문제, 세계적인 침략과 각종 국가적인 유물들의 도난사실과 함께, 있는 자들의 욕심과 그 배경들까지. 원한에 사무쳤던 나영의 마지막 모습을 만났을 때 한이 사무친다는 것이, 피눈물이 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 자신의 목숨까지 버릴 각오를 하면서 하나씩 진행되었던 한을 풀어가는 과정, 평생 자신과 자신의 부모의 한은 깊이 뿌리 박혀 나약한 한 여자이면서 결국은 모두를 파멸시키고, 자신까지도 파멸의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영은 피눈물을 흘리면서 그렇게 죽기를 선택했을 것이다.
한 때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저질렀던 욕심과 죄악들이 자신의 자식과 손녀, 그리고 사랑했던 여러 사람들에게 원한이 되어 돌아오고
결국은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해야 할 청춘들을 병들게 하고 말았다. 미스터리한 이야기 속에 알 수 없는 살인과 사건들이 계속되고, 정말 믿어지지 않는 수진의 알 수 없는 힘앞에 펼쳐지는 저주스러운 능력을 보면서 업보라는 생각을 강하게 해보게 되었다.
전혀 믿지는 않지만 업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도 했는데, 비뚤어 진 과거의 업보를 등에 짊어질 수 밖에 없는 미래를 생각하다보면, 그것을 믿든 그렇지 않든 우리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인가에 대한 깊은 생각이 든다. 최소한 누구에게든 한이 될만한 삶은 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죄 값이 되어서 돌아오지 않더라고 자신 속에 늘 비수가 되어 양심의 소리를 수시로 들어야 하는 것으로 남아있다면, 그것자체가 고통의 인생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와, 여러 관계 속에 얽힌 그들의 고통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었던 과거는 나영과 수진 모두에게 얽힌 비극이었다. 그것은 결국은 모두를 파멸시켰다.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비극이면서 생각해보면 정말 잔인하고 무서운 존재가 인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자기 속의 악을 자신도 다스리지 못하는 인간의 악함이 진짜 있는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