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벤트 높새바람 24
유은실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이벤트

 *영욱이:

여든이 된 할아버지와 한 방을 쓰는 손자 영욱이는 할아버지가 좋다.
할아버지의 검버섯이 좋고, 할아버지의 모든 것이 불쌍하기만 하다.
할아버지의 아들,딸들이 할아버지에게  잘하지 못하는 것도 너무나 밉기만 하다.
할아버지의 큰아들인 자신의 아버지 역시 할아버지에게 냉정하기만 하고 싫은 내색을 수시로 한다.
늘 할아버지와 모든 얘기를 나누고, 할아버지의 민둥머리를 만지고, 검버섯을 만져야 잠이 드는 영욱이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혼자 맞는다.    그것이 할아버와의 마지막이라는 것도 모른 채.

 *할아버지:
젊은 시절 이런 저런 사고를 많이치고 그로인해 가족들이 늘 힘들게 되었던 과거때문에 가족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다.
마지막에 예쁜 할머니에게 사기까지 당해서 가족들에게 짐처럼 버려진 할아버지는 한 방을 쓰는 6학년 손자 영욱이가 유일한 친구이자 위안이다.  손자에게는 자신의 모든것을 보일 수 밖에 없었고, 그러면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
그래서 늘 영욱이게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평생을 살았던 아내는 황혼이혼을 요구하고 이혼 후 일본에 가서 재혼을 해 잘 살고 있다.
아들과 딸들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그리워한다.
늦게나마 뉘우치지만 이미 아무 능력도 없고, 힘도 없는 할아버지는 마지막 수의와 영정사진을 몰래 준비해서  상자에 보관해 둔다.
어느날 영욱이와의 잠자리에서 홀연히, 그리고 쓸쓸히 돌아가신다. 

 아이들의 책이지만 어른들이 함께 읽고 참회의 기회를 가지야 할  이야기였다.
부모에게는 늘 소홀하면서 자식에게는 언제나  뭐든지 해주려는 우리에게 늦기 전에 한 번 이런 글을 읽으면서, 마지막 이벤트가 오기 전에 다시 생각해보라는 경고이다.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노인문제, 가족문제, 죽음과  장례과정까지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사실 가끔 상가에 갈 일이 생겨도 아이들을 데려가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결혼식이나 돌잔치 등은 빼놓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일부러 장례식장은 꺼려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듯이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장소가 장례식장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종교는 무엇인지, 자식들과는 어떻게 지내왔는지,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한 번 더 생각해 볼 시간이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접하기 힘든 주제여서 더 많은 간접 경험이 되었던 진지하면서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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