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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말들
박이문 지음 / 민음사 / 2010년 1월
평점 :
부서진 말들 -박이문 시집-
어떤 시인의 고백
평생토록 말들을 찾아 왔노라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 존재하는 것들을
그러나, 이런! 아직도 난 그걸 찾지 못했지
완전히 쓸데없는 짓을 한 거야
50년대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80년대까지 30여년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철학박사 교수님으로 활동하시면서 다양한 저서와 시집을 출간 하셨고, 선생님의 시집 몇 편은 독일의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되었다고 한다.
철학자이면서 시인이기를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시를 써오신 분이라는 소개된 글을 읽으면서 역시 살아오신 세월이 글 여기저기에 깊이를 알 수 없이 깊고, 넓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 좋아하는 시를 시집에서 골라 일기장에 옮겨가며 사춘기를 보낸 기억과 함께 지금까지 책읽기를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지만, 시인들의 시를 대할 때마다 감동하곤 한다.
책 속에 여러가지 마음에 드는 시들이 많았지만, 아마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서 선생님의 연륜이 되었을 때는 또다른 감동이 전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만큼 선생님의 글을 온전히 선생님 만큼의 깊이로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떤 시인의 고백'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리도 짧은 글속에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공부하시고, 글을 써오시고 시를 쓰신 분이 아니면 어찌 아직도 그걸 찾지 못했고, 완전히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글이 나올 수 있겠는가.
특히 이 시집의 시들은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서 영어로 먼저 출간이 된 것을 한국어 판으로 번역하여 출간하였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시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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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두른 산과 들판을 가로지르는 강은
예전 그대로인데
나만은 시골 꼬마들 사이에서 홀로 이방인
(35쪽 -귀향 중에서-)
누구나 결국은 혼자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타지에서 살다가 여전히 거기서 살고 있는 가족이나, 이웃을 만날 때 어린시절 고향 마을을 걷다가 '정말 다들 그대로인데 나만 이방인 같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자주 있었다.
아직 중년의 나이이지만 이 시의 마지막 부분인 '나만은 홀로 이방인' 이라는 말에 나도 가끔은 이런 감정이 들었는데 하면서 공감이 간다.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을 존경하지만, 특히 시인들의 글을 읽다 보면 몇 줄의 시속에 들어있는 많은 의미를 만나게 될 때마다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