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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개밥바라기별
읽어야지 벼르기만 하다가 이 번에 읽게 되었다. 참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과거로의 여행을 하는 행복한 경험이었다. 누구에게나 한때는 고통이고 아픔으로 느껴졌을 젊은 시절의 혼동이 사실은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인지, 지금 이제 내 아이가 그 나이가 되고보니 참 여러가지 감정으로 읽게 된 책이기도 하다. 준이가 자퇴를 결심하고 선생님에게 썼던 '학교는 부모와 공모하여 유년기 소년기를 나누어놓고 성년으로 인정할 때까지 보호대상으로 묶어놓겠다는 제도입니다......-86쪽- 로 시작되는 그 아이의 자퇴서를 읽으면서 지금 내가 한참 사춘기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마음 한 켠에 하고 있는 고민들이 모두 들어있다는 공감을 느끼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나이에 겪게 되는 이런 성장의 경험들이 후에 어른이 되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 아이들을 더 많이 성장시키고 성숙하게 만든다는걸 나도 그 나이에는 알지 못했다.
나에게 그 시간들은 아주 오래 전에 떠나보낸 시간인줄 알았는데 준이의, 영길이의, 인호의, 정수의, 선이의, 미아의 얘기 속에 내 과거가 들어있었고, 함께 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온전히는 아니더라도 그들편이 되는 나를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잘 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라기. 나는 어쩐지 쓸쓸하고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270쪽- 누구에게나 그 나이 때는 별 하나씩 가슴에 품고 있지 않았을까. 나도 또한 그래서 청춘의 시절 가끔은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곤 했으니까. 금성이 새벽에 동쪽에 나타날 때는 샛별, 저녁에 나타날 때는 식구들이 밥을 다 먹고 이제는 개가 자신에게 밥을 줬으면 바라는 시간이라서 개밥바라기별이라고 부른다는 글을 읽으면서 누구든 어느 때는 자신이 샛별도 되었다가 개밥바라기도 되었다가 하는 방황의 시간들을 지나온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이 공연히 마음에 들지 않고 나를 힘들게 한다는 생각이 깊어지고 있을 즈음에 이 책이 내 과거를 돌아보게 하고, 나를 다시 또 철들게 한다. 누구에게는 아무일도 아닌 사소한 일들이 다른 누구에게는 너무도 힘들어 주체할 수 없는 시간들일테니 조금 더 기다려주는 마음을 가지라 내게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