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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도둑 ㅣ 우리문고 21
제리 스피넬리 지음, 김선희 옮김 / 우리교육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내 이름은 도둑
그 아이의 이름은 '거기서도둑' 이었다. 부모가 누구인지, 나이가 몇 살인지, 고향이 어디인지도 모르던 어린 그 아이는 그저 하루 하루 살아가기 위해 물건을 훔친다. 그리고 사람들은 어린 그 아이가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빵봉지를 훔쳐가면 큰소리로 이렇게 외친다. " 거기서 도둑" . 그래서 그 아이는 자신을 부르는 '거기서 도둑'이 자신의 이름인줄 안다. 그래서 누가 자신의 이름을 물으면 "내 이름은 거기서 도둑이야" 라고 말한다.
*우리 가족을 먹이는 것, '코르착' 선생의 고아들을 최대한 많이 먹이는 것, 그것이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였다. - 189쪽- 아이는 자신의 작은 몸집을 이용해 담벽 이쪽인 게토에서 저쪽인 도시로 음식을 훔치기 위해 밤을 기다린다. 밤이 되면 담벽의 아주 작은 틈을 이용해 음식을 훔쳐와 고아들을 돌보는 '코츠착' 선생에게 일부를, 그리고 자신에게 처음으로 가족이라는 말을 해주신 '제니나'의 아빠에게 나머지를 가져다 준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이의 가족이니까. 아이는 늘 밤이 되기를 기다리고 음식을 훔치는데 어느날부터 자신이 틈을 넘나들기가 힘들어지자, 거리에서 만났던 다른 아이에게 자신을 때려 달라고 한다. 자신이 너무 빨리 자란다면서.
"미샤가 뭐야? 이제 네 이름은 잭이다." 난 그렇게 잭 '밀그롬'이 되었다.-285쪽-
이름이 '거기서도둑'이었던 아이는 같은 거리의 아이였던 유리를 만나 '미샤 필슈드스키'라는 이름을 얻게 되고, 다시 '제니나'를 알게된 후 제니나 아버지의 성을 따라 '미샤 밀그롬'이 된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이민국 관리직원에 의해 '잭 밀그롬' 이 된다.
이름이 무엇인줄도 몰랐던 아이는 점점 자라고, 아이의 이름이 바뀔 때마다 전쟁은 시작되고, 죽고, 전쟁은 끝난다.
너무나 순수한 어린 아이의 눈에 비친 전쟁이야기이다. 아이의 눈 높이에 근사하고 반짝거리는 가죽장화를 신은 존재로 보이는 그들은 어느날부터 담벽을 쌓아 유태인 마을을 만든다. 그리고 게토라는 그곳으로 모든 유태인들을 가두어두고, 사람으로서 행할 수 없는 비참한 생활을 하게 한다. 먹을 것도 없고, 때로는 전기조차 끊기는 그곳에서의 생활 속에 결국은 시궁창의 쥐까지 잡아먹는 상황이 이어지다가 어느날부터 한 마을씩 사람들을 기차에 태워보내 가스실에서, 오븐속에서 제거해버린다. 과거 보았던 ' 쉰들러 리스트' , '인생은 아름다워' 등 유태인 학살에 관한 영화가 떠오르면서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