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의 파스타

보통날의 파스타 - 이탈리아에서 훔쳐 온 진짜 파스타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서평) 보통날의 파스타
-이탈리아에서 훔쳐 온 진짜 파스타 이야기-

 

 예전에 친한 언니가 어느 날인가 스파게티 전문점을 데려간 적이 있었다. 벌써 아주 오래 전 얘기인데 사실 그때까지  뷔페나  학교 앞 식당에서 간단하게  모양만 비슷하게 만들어진 스파게티를 먹어보긴 했지만, 그리 썩 맛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스파게티라는 음식과 그리 친할 기회가 별로 없다가 언니의 남동생이 이탈리아 전문식당에 주방장으로 오랜 시간 근무하다가 자신의 스카게티 전문 식당을 오픈했다면서 친한 친구들 5~6명을 초대한 자리였다.  그때 처음으로 즉석에서 만들어 내온 따뜻하고 불지 않은 제대로 된 스파게티를 먹었고 그때까지 내게는 그저 그렇기만 하던 스파게티에 대한  생각을 모두 날려버릴 수 있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이후에 언니를 졸라 여러 번 그곳을 드나들면서 대부분의 메뉴들을 모두  맛본 기억이 있다.

 

 '보통날의 파스타' 제목을 보는 순간 너무 마음에 들었고, 노란 표지 또한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다. 내용이 궁굼해서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었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내가 궁굼해 하던 파스타와 이탈리아 생활, 그리고  재미있고 색다른 여러가지 이야기들까지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스파게티를 삶아서 벽에 던져보는 것으로 삶아진 정도를 테스트 했던( 어느 요리책에서 나도 터득하게 되어 그렇게 했던) 나는 '아직도 타일 벽에 던지시나요?'  라는 글을 읽으면서 내게 하는 소리처럼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이제는  나도 타일 벽에  면을 던지는 원시적이고 지저분한 방법을 쓰지 않고 그가 가르쳐준 비법대로 스파게티를 삶을 수 있을거 같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파스타의 모양이 다양한 이유가 그저 모양을 다양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맛을 좌우하는 따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제 기다란 스파게티 면을 벗어나 다른 모양들의 파스타에도 눈길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중국에 자장면이 없듯이, 이탈리아에 가서 피클을 찾으면 안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이제 시판 소스보다는 그가 알려준 소스로 파스타를 만들어 보고 싶어진다.  그의 말대로 맘먹고 잔뜩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두고 이런 저런 파스타에 빠져보고 싶다. 그렇지 않아도 맛난 것에 물불 가리지 않는 나에게 파스타까지 새롭게 한 몫을 하게 되는 것이 살짝 걱정도 되지만,  어떤 특별한 날이나 모임장소에서의 파스타요리가 아니라 그저 보통 날에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좋아질 것만 같다. 그리고 그가 셰프로 있다는 '누이누이'에 가서 그의 이탈리아 파스타를 맛보고 싶어진다.  물론 그만의 방식으로 우리의 식 재료로 만든  파스타라면 더 반가울 것이고.  매콤한 해물파스타가 있으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