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가 '이철수'님의 나뭇잎 편지/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 우리모두에게 참 힘든 한 해가 갔습니다. 그리고 새 해가 밝았습니다. 모두 애 많이 쓰셨습니다. 얼마나 많이들 힘이 들었을지. 경제위기에 하루살이로 지친 우리네 이웃들, 실업문제로 머리를 감싸 쥐고 더 안간힘을 썼을 우리 젊은이들, 신종 플루의 검은 손에 걸려 들까 노심초사했던 모든 이들, 그리고 다른 많은 힘겨웠던 이웃님들까지. 다들 참 많이 애쓰셨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음 넓고 따듯한 사람이 되지 못하는 제가 그런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된 이유는 '이철수'님의 나뭇잎 편지 덕분입니다. 읽는 동안 무거웠던 마음이 너무 편안하고 고와지더군요. 참으로 예쁜 책입니다. 그림도 예쁘고, 말도 예쁘고, 마음까지 예뻐서 참 따뜻한 책을 만났습니다. 생각없이 살다가 오랜 만에 좋은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착한 마음을 갖게 해주는 책을 만났습니다. 무엇을 보든 따뜻한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고 남은 유리병을 씻어 검은콩 볶아 건네주는 손이 부끄럽지 않게 많이 좋아해주시는 분입니다. 흙 묻은 장갑을 빨랫줄에 널어놓고 내손대신 고생이 많았다고 얘기를 건네주시는 분입니다. 집안으로 들어온 꽃뱀 에게 자꾸 나타나면 잡을 수 밖에 없으니 이제 오지 말라고 걱정을 해주십니다. 추운 겨울 용케 버틴 파리가 자신의 커피 잔에 앉아도 많이 드시라고 건네는 분입니다. 동네 술꾼 아저씨를 보면서 세상 사람보다 술기운이 더 따뜻해서 그런가보다 안쓰러워 하시는 분입니다. 때로는 따끔하게 정신 차리라는 말씀도 해주십니다. 우리네 마음을 걱정해주십니다. 다 같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하시는 분이십니다. 예쁜 그림 함께, 사는 얘기를 편안하게 해주시는 지혜로운 이웃어른을 만나는 기분으로 '이철수'님의 나뭇잎편지 < 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 를 읽었습니다. 조금만 돌아보고 더 조금만 신경쓰면 내 주변에게도 이렇게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겠다 싶어졌습니다. 고운 눈으로 보아주면 다 곱게 보일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은 그리지 못하겠습니다. 솜씨가 없어서. 글을 옮기지도 못하겠습니다. 그 솜씨도 없는지라. 그래도 주변을 돌아보면서 이전보다는 생각은 해볼 수 있을거 같습니다. 따뜻하게 바라보기. 힘들어 하고 있는 이들에게 살며시 권하고 싶어지는 고운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