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09년 12월

서평-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알츠 하이머 환우들에게, 앨리스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보낸다)

   능력있고 자상하며 앨리스를 항상 신뢰하고 사랑해주는, 앨리스 역시도 너무도 사랑하는 남편과  이제 잘 성장해서 사회의 일원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세 자녀들, 그리고 곧 결혼한 딸에게서 쌍둥이 손주들을 맞게 될   행복하기만 했던 그녀,  누구나 인정하는  완벽한 직장과  연구하고  발표하고  누군가 가르치는 자신의 직업을  너무도 좋아했던   똑똑하고 지혜로운 그녀.  정말 너무도  당당한 그녀에게  어느 날  생각지도 않았던 병이 찾아온 것이다.  그것도 서서히 자신의 기억이 사라져가는 알츠하이머라는 형벌이. 그녀는 차라리 더 빨리 죽는 암이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울부짖는다.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가족을 기억하며 죽을 수만 있다면 차라리 다른 병을 달라고.  제발 기억을 빼앗아 가는 알츠 하이머가 아닌 어떤 병이든  좋다고......

  이 책은  정말 너무도 생생한 알츠하이머 이야기였다.  하루 하루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 처음엔 그저 건망증 정도의 작은 것들에서  시작해 점점  집을 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소변이 마려워도 자신의 집에서 화장실을 찾지  못해 사랑하는 남편이  보는 앞에서  옷을 입은 채 오줌을  누는 실수를 한다. 다른 정신은 멀쩡한 채.  알츠하이머를  앓는 앨리스 당사자와 남편, 가족, 주변인들과의 상황들이  너무도  잘 표현된 이 책을  쓴 저자 역시도  하버드대 신경학 박사였고  당시에 자신의 할머니가  알츠하이머라는 판정을  받은데  영향을 받아 이 책을 쓰게 된다.  읽는  동안 앨리스를 보면서 많이 속상하기도 했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고 병에 대해 알아가면서 여러 노력을 하는 앨리스가 존경스럽기도 했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치매라는 병. 알츠하이머. 아직  치매를  앓기에는 너무도 젊은 50이라는 나이에, 누구나 존경하고 너무도 유능한  하버드대  심리학과  종신 교수인  앨리스에게  '조발성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찾아온  것이다.  이  책은 처음 병의 진단을 받는 시점부터  가족을  몰라보고  그냥  감각없이 오줌을 싸고 마는  중증인 시기까지  누구도  아닌  당사자 앨리스가 직접 말하는  700일간의  가슴 아픈 기록이다.  읽는 내내  눈물이 멈추질 않았고, 두려웠다. 내가 앨리스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내 주변의 누구든지 가능한 일이기에.  하지만 나는 다시는 내가 살아가는 동안  언제든 이 책을 다시는 꺼내볼 일이 없기를 바란다. 내 주변에 그런 일이 절대 생기지 않기를. 나 자신에게도......그러나 누구나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