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저녁달 클래식 1
제인 오스틴 지음, 주정자 옮김 / 저녁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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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3년 출간된 작품이니 벌써 200여년이 넘은 작품임에도 여전히

영화, TV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으로 각색되고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오만과 편견'은 많은 이들이 선택한 인생고전 중 하나이다.

다만 못 들어 본 사람은 없지만 완독을 한 사람은 많지 않은 책으로도

유명하다. 나 역시도 그랬다. 처음 학부때 교양 수업의 레포트를

위해 읽었고 사실 별 기억은 없었다. 그후 몇번 더 읽어 볼 기회가

있었지만 몇몇 장면을 제외하곤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강렬하게 기억에 남게 된 것은 키이라 나이틀리가 자존심 강하고

영리하며 발랄함마저 가진 베넷가의 둘째딸 엘리자베스 역을 맡았던

2006년작 오만과 편견(Pride & Prejudice)을 본 후였다. 자존심

덩어리인 엘리자베스와 무뚝뚝함의 대명사 다아시의 줄다리기는

거만하고 차갑고 말수가 없는 탓에 가지게 된 오만하다는 나쁜

첫인상에 편견의 장벽이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둘의

연기의 합이 상당히 잘 맞았던 기억이 난다.


소문과 편견은 역시 소설의 단골 주제답게 책의 흐름을 이끈다.

제인과 빙리,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이들의 만남과 사랑에 대한

오해와 편견 그리고 오만함과 관대함에 대한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든다. 막간에 등장하는 김경일 교수의 나르시즘에

관한 심리학 강의는 작중 인물들의 심리를 잘 설명해 주는 양념의

역할을 톡톡히 해 조금은 지루해질 틈을 잘 매꿔준다.


'재산이 많은 독신 남성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재산은 많으면 좋은 것이다.

하물며 혈통이나 가문 그리고 배경을 중시 여기던 그 시절 영국에서

돈 많은 남자에게 딸을 시집 보내고 싶은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마음일것이다. 비록 조금은 경박해 보이고 조금은 속물적이고

세속적으로 보여도 말이다.


처음 알게 된 사실도 있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은 '첫인상'(The first

impression)이라는 책의 전체 흐름을 꿰뚫는 단어였는데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출간 허락이 떨어지지 않다 지금의 제목인 '오만과

편견'(The pride and prejudice)으로 바뀐 후에야 출간이 되었다고

한다. 익숙해서인지 '첫인상'이라는 평면화된 제목 보다는 '오만과

편견'이 훨씬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느낌이 든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번역의 묘한 차이와 글자의 크기, 종이의 질감등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생각보다 쉽게 읽힌다. 모처럼 긴 독서의

시간을 가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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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을 생각할 때 삶은 비로소 시작된다
히스이 고타로 지음, 이맑음 옮김 / 책들의정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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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 죽는다면?'이란 질문 앞에 잠시 멈춰선다. 모든 인간에게

가장 공평한 한가지인 죽음은 항상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 누구나

그 앞에서 예외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죽음을 받아 들이고 순응할

때 각자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일 수 밖에 없음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죽음을 마주하는 것은 단순히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남긴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입니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철학, 종교, 심리학의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삶과 죽음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생의 마지막에 대한 책임으로 현재의 삶을 더 의미 있게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죽음을 단순히 생이 다하는 것의 차원이 아니라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삶의 진지함과 가치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보다 더 가치 있는 죽음을 맞이할 것을 요구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과연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럼 당신을

지금부터 죽음의 세게로 초대하겠습니다'라는 저자의 질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물론 그 물음에 답하는 것도, 삶의 순간을 선택하는 것도

결국 나이지만 과연 '나'는 얼마나 그 질문에 자유로울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은 없다. 이렇게 주저하는 우리에게 저자는 다시 묻는다. '죽음이

묻는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냐고'. 삶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내는

과정이라고 하는데 이 대답에 자신이 없음은 나 자신의 가치를 증명 할

자신이 없음이기도 한 것 같아 숙연해진다.


저자가 말하는 시간에 대한 '자각의 차이'는 사실 조금 섬찟하다. '이 책을

읽는 10분 동안 당신의 수명은 10분 줄어 들었습니다.' 벚꽃 70번과 지구

70바퀴는 고작이다. 막상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우리가 그렇게 발버둥

치는 그 시간들이 한낱 먼지와도 같은 '찰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삶은 죽음을 담보로 하기에 우리가 살아 숨쉬는 것이 영원하지 않기에

'잘 산다는 것'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고 산다'는 저자의

말이 충분히 받아 들여진다. 죽음 앞에 모두가 공평하듯 우리의 삶에

주어진 시간 역시 동일하다. 하루 24시간, 1440분, 86400초를 가치 있게

살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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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이기는 불편한 심리학
다카시나 다카유키 지음, 신찬 옮김 / 밀리언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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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흥미롭다. '평범한 사람도 얕고 느슨한 사이코패스가

될 수 있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분노는 양 날의 검이다. 분노를

통해 의지와 생각을 표현하고 저항의 방편으로 삼기도 하지만

때론 분노는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공격하는 일에 사용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분노를 심라학에 근거한 '마음 돌봄'으로

풀어 나간다.


유독 '느슨한 사이코패스'라는 단어에 눈길이 간다. 느슨하다는

말이 주는 어감 때문인지 약간은 순화된 느낌을 주지만 분명한건

'사이코패스'라는 단어아다. 저자는 쳥범한 사람도 이런 유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느슨함은 뭔가 나사가 풀려 헐겁고

유동적인 상태를 말하는데 사람의 심리 상태가 그렇다면 이는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 들여 져야 하는 부분이다. 분노스위치, 통제

여부, 파멸도에 따라 '얕은'과 '깊은'으로 나뉘는 느슨한 사이코패스

역시 스트레스가 주범이다. 스트레스는 무의식 속의 분노의 근원이

되며 어느새 몸의 일부가 되어 일순간 '트리거(Trigger)'로 돌변한다.

마음속에 억압된 감정들이 폭발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화를 표출하게 되는 느슨한 사이코패스는

분명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느슨한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살펴보면 문득

'우리 대부분 잠재적 사이코패스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중

몇가지를 소개하면 '항상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강한 압박에도

냉정하다, 카리스마가 강하다, 목표 달성을 위한 집중력이 높다,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끈다'등과 같이 성공하는 리더들이 갖춰야

할 항목과 거의 일치한다. 이런 내용을 토대로 사이코패스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때로는 누구나 사이코패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자연스럽게 수긍하게 된다. 어쩌면 쉼 없이 돌아 가는 세상은

잠재적 사이코패스의 양성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되어지는 느슨한 사이코패스라는 부분에서

언제든 나도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부지물식간에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감정의 객관화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방편등을 찾아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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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작은 목소리로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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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자신의 글을 기다리는 한 사람을 위해 정성껏 글을 쓰는 이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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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작은 목소리로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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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 11권의 책을 펴내며 국어 사전 보다 더 많은 1903페이지를

썼지만 여전히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문장이 필요

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9년차 작가 가랑비메이커이다.


저자는 자신의 나이들어 감을 이렇게 표현한다. '열일곱, 읽을 책보다

채울 노트가 많았고 스물셋, 불현듯 찾아온 허기에 쓰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서른둘, 여전히 좁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매일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다.' 나의 열일곱은 낯선공간과 낯선이들 사이에서 그

낯섦을 이기기 위한 사투가 2년째 이어지고 있던 시절이었고, 나의

스물셋은 고시와 대학원의 갈릴길에서 갈팡질팡하던 제2의 질풍노도의

시기였고, 나의 서른 둘은 겨우 마련한 자리를 지키고 올라서기 위한

발버둥의 시기였다. 그러나 나의 그 시간들은 저자의 고백 처럼 딱히

그 이유를 설명할 방법 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한참을 지나 지금이다.


고난을 기억하기 위한 흔적일지도, 잊어 버리기 위한 노력일지도

모르는 글 쓰기를 이야기하면서도 여전히 저자는 덤덤하다. 고난과

어려움의 시절의 눅눅한 기억과 증거이며 적지 않을 위로를 제공할

글쓰기는 '당장은 그런 나에게 눈을 맞추고 손을 맞잡아 줄 친구도

어른도 없었으므로 나는 미래 친구(라고 쓰고 독자라고 읽는)를

기다렸다.'로 시작되어 지금도 계속 된다.


이 책은 잔잔하다. 그리고 쉼을 준다. 그냥 책을 읽고 있노라면 쓰여진

문장에서 한번, 같이한 사진에서 또 한번, 저자가 찍어 놓은 마침표에서

다시 한번 위로를 얻는다. 쉼은 그런것 같다. '쉬어'라고 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그렇게 찾아 오는 것 같다. 이 책이 그렇다.

자연스레 어깨와 마음이 따뜻해 짐을 동시에 누린다. 조금은 식상해

보일지도 모르는 주제이지만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쉼이 되기도

그저 그런 낭비가 되기도 한다.


무언가 쓴다는 것은 증명하는 일이며 글을 쓴다는 것은 구체적이고

직관적으로 삶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글쓰는 이들은 용감하다.

그리고 저자는 지리한 장마가 끝나고 찜통 더위가 시작하는 지금도

그 길 위를 여전히 걸어가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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