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작은 목소리로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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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 11권의 책을 펴내며 국어 사전 보다 더 많은 1903페이지를

썼지만 여전히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문장이 필요

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9년차 작가 가랑비메이커이다.


저자는 자신의 나이들어 감을 이렇게 표현한다. '열일곱, 읽을 책보다

채울 노트가 많았고 스물셋, 불현듯 찾아온 허기에 쓰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서른둘, 여전히 좁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매일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다.' 나의 열일곱은 낯선공간과 낯선이들 사이에서 그

낯섦을 이기기 위한 사투가 2년째 이어지고 있던 시절이었고, 나의

스물셋은 고시와 대학원의 갈릴길에서 갈팡질팡하던 제2의 질풍노도의

시기였고, 나의 서른 둘은 겨우 마련한 자리를 지키고 올라서기 위한

발버둥의 시기였다. 그러나 나의 그 시간들은 저자의 고백 처럼 딱히

그 이유를 설명할 방법 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한참을 지나 지금이다.


고난을 기억하기 위한 흔적일지도, 잊어 버리기 위한 노력일지도

모르는 글 쓰기를 이야기하면서도 여전히 저자는 덤덤하다. 고난과

어려움의 시절의 눅눅한 기억과 증거이며 적지 않을 위로를 제공할

글쓰기는 '당장은 그런 나에게 눈을 맞추고 손을 맞잡아 줄 친구도

어른도 없었으므로 나는 미래 친구(라고 쓰고 독자라고 읽는)를

기다렸다.'로 시작되어 지금도 계속 된다.


이 책은 잔잔하다. 그리고 쉼을 준다. 그냥 책을 읽고 있노라면 쓰여진

문장에서 한번, 같이한 사진에서 또 한번, 저자가 찍어 놓은 마침표에서

다시 한번 위로를 얻는다. 쉼은 그런것 같다. '쉬어'라고 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그렇게 찾아 오는 것 같다. 이 책이 그렇다.

자연스레 어깨와 마음이 따뜻해 짐을 동시에 누린다. 조금은 식상해

보일지도 모르는 주제이지만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쉼이 되기도

그저 그런 낭비가 되기도 한다.


무언가 쓴다는 것은 증명하는 일이며 글을 쓴다는 것은 구체적이고

직관적으로 삶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글쓰는 이들은 용감하다.

그리고 저자는 지리한 장마가 끝나고 찜통 더위가 시작하는 지금도

그 길 위를 여전히 걸어가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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