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이 책(다이어리)을 만났다. 일단 하드커버라 튼튼하다. 매번
얼마 쓰지 않아 가운데 부분이 벌어지거나 종이가 뜯기거나(물론 나는
좀 험하게 쓴다)해서 그만둔 적이 많은 나에게 하드커버는 사뭇 안심이
된다. 명언이나 좋은 글귀가 들어 있는 다이어리는 많이 보았지만
이 책은 특이하게도 소설이 들어 있다. 그것도 세편(어린왕자, 노인과
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나 된다. 이것만으로도 이 노트는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각 페이지 상단에는 세계 6대 CEO들의(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스, 이건희) 경영
철학과 노하우가 실려 있고 정치지도자들이나 경제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사자성어도 같이 들어 있다. 하단에는 붉은 색 박스로 버킷 리스트를
적을 수 있어 기대와 바램들을 적어 보고 결과를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글쓰기의 분량도 5줄이면 간단한 메모에 느낌
정도면 꽉차서 부담스럽지도 않다. 화려하지도 않고 사실 조금은
투박하지만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 나와 닮은 그것이라.
책의 내용 중 빌 게이츠의 이 말은 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인생은 절대 공평하지 않다. 그런 현실을 받아들여라' 그렇다.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 그런 현실을 빨리 인정하면 할수록 삶이 편해진다.
인정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고 책임을 진다는 것이기에 더더욱 무게가
느껴진다. 우리의 인생의 무게는 결코 녹녹하지 않다.
준비를 시작한다. 먼저 책상 서랍에 넣어 둔 만년필을 꺼내 소제하고
노즐과 펜촉을 교체하고 파란색 잉크로 가득채웠다. 새해를 기다리고
밝아오는 해를 바라보며 한 줄 적었다. '늘 처음처럼'이라고 그리고
몇일이 지난 지금 벌써부터 3년후 혹은 4년후 무언가로 가득채워져
있을 이 다이어리가 나에게 전하는 말이 기대된다. 부쩍 나이가 든
나는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일지. 책상의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이 녀석을 바라 보자니 내심 뿌듯해진다. 매일은 아니지만 끄적이고
싶은 때에 언제든 열어 칸을 채워 나갈 것이다. 내 인생을 채우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