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물었다 -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아나 아란치스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공평한 선물이다. 그 어느 누구도 피해갈수도

넘어설수도 없기에 고대로부터 죽음은 난제중의 난제였다. 인간에게 죽음이란 떠나감과 남겨짐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 떠나가는 이의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크겠지만 남겨진 이들의 아픔 역시 적지않고 더 많은 고통을 동반한다. 저자는 이러한 죽음을 이야기한다.

시카고대 정신과 교수인 엘리자베스 뷔블러 로스(Elizabeth Kubler Ross)는

죽음을 맞이하는 단계를 부정, 분노, 차협, 우울, 수용의 단계로 구분하며

이는 환자에 따라 순서가 뒤바껴서 오기도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죽어감'을 경험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차이이다. 슬프지만 꿋꿋하다. 참 어려운 말이다. 죽음 앞에서 슬프지만 꿋꿋할 수 있음은 종교적 신념을

가졌거나 겸험으로 채득했거나인데 그럼에도 죽음은 낯설고 두려운게 맞다.

'죽어감'이란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경험해야하는 숙명과도

같은것이기에 저자는 이러한 경험이 죽음을 맞이하는데 유용하다고 말한다.

웰다잉(well dying)과 '나는 죽음을 돌보는 의사입니다'라는 말이 묘하게

대칭을 이루며 어울린다. 죽음의 길 앞에 서 있는 우리 모두에게 '잘 죽는것'은

분명 중요한 문제이다. 추천사에서 웰 다잉을 삶의 골동품이라고 표현한다.

죽음은 삶을 살아 낸 결과물이고 흔적이고 배설물이기에 우리의 삶은 그만큼

잘 살아야 한다. 그래야 잘 죽을 수 있는 것이다. 삶과 죽음은 단절이 아닌

연속 선상에 있는 정류장들이다. 그런 정류장을 향해 가는 우리에게 저자는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은 삶을 (그리고 그 마지막을) 향상시킨다.

오늘 당신은 다른 길을 택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매순간 당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위로하며 어떤 후회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저자가 경험한 '간디'에 관한 연극 일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설탕을 너무 많이 먹는 아들에게 설탕을 먹지 말라는 말을 해 달라는 어머니에게 2주 후애 다시 찾아 오라고 한 이유가 본인이 2주전까지는 설탕을 먹었기에 자신도 먹으면서 먹지말라는 소리는 모순이기에 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부분을 누군가에게 이야기 한다는 것은 분명 모순이지만

우리는 그 모순을 깨야 할 때도 있고 모순 속에서 살아야 할 떄도 있다.

중요한 점은 의사로서의 선택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우리도 무수한 선택

속에서 산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 닿은 문장이 있어 옮겨 본다. '많은 사람들이 죽은 것처럼 사는 삶을 택하지만 모두가 살아 있는 상태로 죽을 권리를 갖고 있다. 내 차례가 오면 나는 멋지게 삶을 마감하고 싶다. 그날, 나는' 그런 날을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