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김종영의 글과 그림

조각가 김종영의 글과 그림 - 불각(不刻)의 아름다움
김종영 지음 / 시공아트 / 2023년 7월

누군가를 진심으로 칭찬하고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같은 분야의 사람을 칭찬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조각가 김종영은 평단으로부터 '우리 세대가 갖고 있는 불과 몇 명 안 되는 예술가'라는 칭찬과 아울러 '타고난 추상 조각가'라는 평을 들으며 삶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삶이었던 인물로 상업적 성공이나 화려한 조명 보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던 인물이다. 이 책은 그의 작품 80여점과 기고문을 비롯한 70여편의 글이 소개된다.

그는 아름다움에 대해 '절대적인 미를 나는 아직 본 적도 없고 그런 것이 있다고 믿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한때 '절대'라는 단어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절대로'라는 단어가 과연 인간이 사용가능한 단어인가라는 토론에서 '절대'를 신만이 사용할 수 있는 단어라 주장하던 신학자를 만나기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저자도 '절대'하는 단어를 신에게 양보한다. 그러면서 예술가에게 절대를 추구하는 일은 허황된 꿈이며 오만이요 미신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때문에 '무엇'아닌 '어떻게'에 집중했다고 기술하며 작춤이란 미를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미에 근접할 수 있는 방법과 조건이라고 이야기한다.

김종영 미술관은 가끔 가는 칼국수집 근처인 평창동에 있고 입구엔 거대한 소철이 주인인냥 버티고 있다. 작년에 김환기화백과 '수화(樹話)와 우성(又誠), 70년 만의 재회'라는 제하의 공동전을 열어 두번이나 다녀왔다. 조각가로서 조형의 기본을 적립하고 삶을 통해 드러냈던 김종영은 이렇게 말한다. '작가가 늘 조심 할 것은 상식적인 안목에 붙잡히는 것이다.'

불각(不刻), 깎지 않음의 미학, 조각가인데 깍지 않는다. 궁금해진다. 이 책은 그의 담론인 '불각(不刻)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자적 의미인 불각이 아닌 마음과 생각의 측면의 불각이기도 하고, 깨닫거나 생각하지 못함의 불각 이기도하고, 중생이 존재의 실상을 깨닫지 못하는 단계, 또는 그런 중생의 밝지 못한 마음을 의미하기도 하는 불각(不刻)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작품으로 글로 대화를 걸어 오는 저자에게 꼭 묻고 싶은 내용이다. 과연 작가의 '불각(不刻)'은 무엇인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100자평] 거짓말의 기술

거짓말의 기술 - 세상을 움직이는 거짓말쟁이들의 비밀
마셀 다네시 지음, 김재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거짓과 위선 선전 선동이 넘쳐나는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바른 선택과 결정이 필요함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거짓말의 기술

거짓말의 기술 - 세상을 움직이는 거짓말쟁이들의 비밀
마셀 다네시 지음, 김재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가짜 뉴스를 지배하는 자가 대중을 지배한다'. 흡사 선전선동론의 한 구절을 보는듯한 글귀가 보인다. 깔라닌등이 썼고 편집했다고 알려진 이 책은 소련공산당 중앙위원회 산하 선동부에서 선전 선동가들을 위해 발간한 책으로 이미 오래전 대학가에서 학습되었던 책인데 마치 이 책의 한 구절을 보는 듯하다.

저자는 2016년 치러진 미국대선의 트럼프와 세기의 선동가

히틀러, 번드르한 기만과 선동으로 권력을 잡은 무솔리니등을

등장시킨다. 여기에 거짓말과 권력이 결합하는 모습을 최초로

제시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빅브라더의 시대를 예견한

조지 오웰의 '1984'도 소환하여 희대의 거짓말쟁이들의 허언과

날조와 위선을 구석구석 파헤친다. 참 아이러니 한것은 그렇게

속아 놓고도 여전히 우리는 속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성공적인 거짓말은 무엇일까? 과연 성공적인 거짓말이 존재하고 가능한 것일까? 의문에 의문이 생긴다. 저자는 이를 '거짓말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거짓말의 기술이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이며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에 관한 설득의 기술이다. 기실 사람믜 마음은 꾸밈없는 화법에 취약하며 여기에서 진정성을 찾기에 이에 능한 거짓에 취약한 것이다. 성공적인 거짓말은 단순히 진실을 말하지 않는 차원을 넘어 그것을 음폐, 축소, 조작, 기만하기도 한다. 덕분에 대중은 조작된 진실과 오염된 진실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믿음의 속성은 심리적 결과물 뿐 아니라 이를 통한 행동까지 지배한다. 때문에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결국 자신이 가진 의심을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만 하는 행동 법칙이자 습관인 셈이다. 대부분의 정치가들은 이를 이용해 선전선동을 일삼는다. 지금 우린 '교묘한 거짓에 속느냐, 속이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대안 사실(허풍), 날조와 조작을 무기로하는 작화, 가짜 뉴스, 타인의 정신을 지배하고 인식을 왜곡하는 가스라이팅 등 거짓말의 기술들은 그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혹의 기술이자 설득의 기술이며, 목적 성취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혹의 기술이기도 하다.

저자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행위가 진화심리학적으로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이고 거기에는 목적을 가진다고 말한다. 개인적 이유이든 공공의 이익이든 혹은 타인의 불행으로 인한 만족과 행복이든 반드시 목적을 가진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걸러내고 선택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는 참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뱃살을 빼야 살 수 있습니다

뱃살을 빼야 살 수 있습니다 - 내장지방 명의의 내 몸을 살리는 지방간 다이어트
구리하라 다케시 지음, 윤지나 옮김 / 서사원 / 2023년 7월

'꾸준히 하기 쉽고 효과가 좋은 방법'. 전가의 보도다. 어디에든 붙여서 사용하면 된다. 이번엔 이 방법이 뱃살을 빼는데 사용된다. 그리고 그 내용이 정말 너무 쉽다. '양치질로 입 안 깨끗이 하기, 다크 초콜릿 먹기, 녹차 마시기, 당질 살짝 줄이기, 가벼운 운동하기' 이 정도는 누구나 하지 않나라는 의문이 들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꾸준히'다. 누구나 하기는 하는데 꾸준하지 않다. 저자는 이점을 지적하며 지속적인 활동을 딱 일주일만 우선 해 보라고 권한다. 그 후 몸의 변화를 느끼라는 것이다. 이 책 조금 이상하다. 여타의 책이나 프로그램 처럼 강도 높은 운동을 요구하지도 않고, 이것도 저것도 먹지 말라는 강제 조항도 없고, 일일히 칼로리를 계산하고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살이 빠진다고 하니 솔직히 조금 이상했지만 '체질개선'이라는 단어와 먹고 싶은것 잘 먹되 건강하게 먹으라는 말에 꽂혀 시작해 보았다.

당질 살짝 줄이기. 여기서도 '살짝'이다'. 섭취하는 방법과 순서만 바꾸면 된다. 단백질을 먼저 섭취하고 마지막에 당질을 먹는 것이다. 단백질로 포만감을 채우면 그만큼 당질을 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살 빠지는 식사 순서는 단백질->식이섬유->수분->당질의 순서로 섭취하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지만 사실 쉽지 않다.

지방간. 현대인 열명 중 4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 4명 중 한명이 나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영양 부족 상태에서도 지방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양소가 충분히 보충되지 않아 몸이 기아 상태임을 인식하면 중성 지방을 모아 지방간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무작정 굶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저자는 22시부터 02시까지가 지방의 합성을 촉진하는 BMALI의 분비량이 늘어나는 시간이므로 적어도 열시전에는 소화를 마쳐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뒤통수 한방을 크게 맞았다. 열시가 넘어서 저녁을 먹는 나는 어쩌나.

​이 책은 쉽다. 그냥 쉬운게 아니라 요구 사항도 많지 않고

강도도 세지 않아 쉽다. 단 자세히 보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최소한 내가 그렇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렇게라도 돌아 볼 시간을 갖게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약 알고 먹는 거니

약, 알고 먹는 거니? - 그림으로 보는 우리 집 약국
최서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6월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이 생각난다. 약 종류도 많고 각각의 용법도 다른데 일반인들이 알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은것은 분명한 사실임에도 선뜻 질문을 하지 못하는것과 상세히 알려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잘못된 상식과 구전에 의지하며 올바르지 못한 복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런 우리의 어려움에 대해 약사가 되기 전에 그림을 공부했던 저자의 그림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이 책 참 쉽다. 설명이 상황별로 되어 있어 급할 때 얼른 꺼내서 펼쳐 볼 수 있다. 감기만 해도 종합감기약에서부터 각 증상 별 약(열-아세트 아미노펜, 콧물-항히스타민제, 코막힘-비충혈제거제,슈도에페드린, 페닐에프린, 기침-진해 거담제, 목이 아플때-인후통국소제제, 트로키제 등과 같이 각각의 상황에 필요한 약의 유형∙형태, 복용량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들이 많은데 각각의 증상에 맞는 그림 설명이 재미있고 쏙쏙 들어 온다. 특별히 약국이 문을 닫은 한 밤중에 약을 살 수 있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 13종에 대한 설명은 유익했다. 눈에 들어왔던 내용 중 하나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밴드의 용도인데 상처 부위의 깊이에 따라 써야하는 밴드가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진물이 많이 나올 때는 접착력이 없는 폴리우레탄 폼 밴드를 사용하되 부직포나 방수필름에 고정시켜주어야 한다는 설명은 아무 밴드나 막 사용하던 나에게는 유용한 설명이었다.

흔한 우리의 상식의 오류도 있다. '상처는 소독해야 한다'는 오해는

감염 위험이 높지 않은 상처의 소독은 치료를 더디게하고 심한 경우 

착색이 되는 경우도 생긴다는 저자의 설명엔 할 말을 잃는다. 

과유불급인가. 치료에도 그런것이 적용이 되는것 같다. 바른 복용과 

투약에 대한 그 동안의 무지에 대해 돌아 보며 가정용 상비약도 

잘 살펴서 모자라는 것들은 구비해 놓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탁자 곁에 두고 필요할 때 마다 펼쳐볼 만한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