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위스 문학이 자랑하는 로베르트 발저(Robert Walser)의 산문집으로
그의 산문, 시, 단편 중 ‘숲’을 테마로 삼은 텍스트를 모아 출간하였다.
그의 작품은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베를린, 빌, 베른시대로 작품을
구분하며 각각 도시의 색채를 띈다. 100여년 전의 글이지만 그때의 숲과
지금의 숲은 변함이 없다. 단지 인간은 시간에 따라 지나가지만 숲은
야전히 그래로이다. 우리가 변했을 뿐.
저자에게 숲은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그 안에서 숨쉬고 호흡하고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이 그에겐 작품의 소재가 되며 그는 그것들을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호흡하며 그것을 직접 듣고
만지며, 느끼고 비유하고 사랑하며 그것을 글로 담아낸다. 그에게 숲은
은유의 장이자 선명한 감각의 세계이며 탁월한 문학적 상상력의 보고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사랑이란 결국 닿을 수 없음에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걸 보여 준다.
'나는 이 숲과 사랑에 빠졌다. ...여기 말고 세상은 죽었다. 숲의 상처가
보인다. 숲은 곧 죽는다.' 발저가 바라 보는 숲은 곧 죽을 것이다. 현실과
상상이라는 두 날개를 가진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은 우리를 숲과 사랑
그리고 죽음으로 인도한다. 인간의 감정에 사랑과 아름다움이라는 환상을
선사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하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영리한
일이다'
발저는 숲을 이야기하지만 기실 그는 그 사소한 대상(전나무, 손수건,
모자)들을 통해 우리를 사유의 깊은 강으로 몰아 넣는다. 근원고 고독,
삶의 무의미함을 이야기 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다.그러나 그 사유의 숲은
울창하고 깊다. 우리는 그 안에서 자신의 사유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