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이상한 나라 - 꾸준한 행복과 자존감을 찾아가는 심리 여행
송형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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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율이 살아있는 제목답게(?) 정신과 실용서적(?)이다. 나를 들여다보는 것에 대해 종교, 철학, 뇌과학, 문학, 정신분석학 등등에서 중요성을 설파하지만 정작 그 방법은 도통 알 수가 없다. 대체 어떻게? 그저 골몰하다보면 늘 도랑에 빠지고 도랑을 피했다 싶으면 함정을 만나고 헤쳐나와도 늪이 기다리는 식이라 도무지 제대로 들여다볼 수가 없다. 한참 들여다보면 괴물을 만나서 겁에 질리기도 하고 절세가인을 만나 취하기도 하고 작고 초라해지기도 하고 안하무인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거울을 닦고 요리조리 잘 비춰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완전한 나를 발견하진 못한다 해도 최소 얼마간 내 눈을 들여다볼 수 있다. 다양한 방법과 적용예가 나오니 직접 읽으시길! 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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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스피드
김봉곤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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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소설을 싫어하지 않는다. 특정 성정체성을 부정하거나 폄훼할 마음도 없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사랑이든 연애든 상관없다. 다만 내게 불편한 것이 있다면 자조를 치기로 가장하고 자극만 남겨서 자신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것, 그것에 대해 스스로 만족하며 으스대는 것이다. 한 때 누구나 그렇다는 것을 안다. 그럴 수 있고 그것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게 불편하고 불쾌하다는 것이다. 물론 성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한몫한다. 성정체성은 지극히 사적인 부분이므로 모든 사랑 이야기는 어떤 성이 아닌 a와 b의 관계로 치환해서 보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봐야만 사랑이 제대로 보인다. 사회의 관습과 편협한 시선이 아닌 사랑 그 자체, 관계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내 안에서 정당화 되고 공감하면 된다. 그렇지 못할 경우는 불편하다. 아니 이상하다. 아직은 멀다고 느끼는 것이 사회 속의 편협함인지 내 편협함인지 소설의 편협함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더 생각해야 할 일이다.

#여름스피드 #김봉곤 #김봉곤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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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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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읽은 책의 또 다른 재미라면 책 주인이 읽던 중의 흔적을 만나는 일이다. 땅콩 껍질 같은 것의 좀 큰 눈꼽 크기의 잔여물과 설탕부스러기가 눌러 붙은 작은 흔적, 손톱으로 살살 긁어내며 조금 웃었다. 밑줄을 그을 수 없어 대신 끄적거렸는데, 그조차 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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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느냐 물으면 좀 생각해봐야겠다고 대답하겠지만 작가의 소설을 읽는 시간이 아주 짧게 느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악의 연대기 3부작? 뭐 그 비슷한 이름이었던 책들과는 다르게 어둡지 않았다. 액션 활극이래도 좋겠다. 물론 그 역동적인 상황들에도 그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세계들이 담겨있다. 어쩌면 윤리적인 아니 지극히 사적이고 개별적인 생명에 대한 인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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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 중심의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유정 작가의 기질이 내 취향이 아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시끄러운 사람이기 때문에 시끄러운 사람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기질이 너무 닮아서 부담스러운 것이다. 친구할 것도 아니면서도 그렇다. 내 기질과 성향, 나는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가.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으면서 온전히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가능한가. 이타심과는 다른 어떤 슬픔에 기초하면 가능하더라. 아니 나를 사랑할 수 없어서 더욱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몸부림도 가능하더라. 왜 또 전혀 다른 이야기와 주제에서 내 이야기로 흘렀을까, 아직 덜커서 자기중심적이라 그렇다. 나는 대체 언제 자라나, 때를 놓쳐 너무 더디 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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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버지니아 울프 전집 7
버지니아 울프 지음, 진명희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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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작품부터 차근히 읽어갈 생각이다. 550쪽이나 되고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이 쉽진 않기 때문에 꽤 오래 걸렸다. 확실히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곤 했다. 작가의 소설이 한 때는 너무 묘사적이라거나 그저 그런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로 매도되었다는데, 나는 이 소설에서 너무 많은 것을 읽었고 두루 생각해야 했다. 1915년에 씌여진 이야기가 이렇게도 세세한 공감을 준다는 것에도 놀랐지만 어쩌면 한 아가씨의 한 때인 이야기에 이렇게 많은 사회를 녹여낸 것에도 놀랐다. 짧게 축약하자면 부유한 집안의 아가씨가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직시하지 못하다가 하나씩 알고 생각하며 변화하는 과정이랄 수 있겠다. 그 안에 무수한 문제 의식 특히 ‘여성과 교육(혹은 지적 능력)’ 부분에 꽤 치중했다 여겨지는 데 그 안에서 작가 자신의 경험을 상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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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쪽. 허투루 넘어가지는 부분이 없어 끄적여가며 읽어야했다. 솔직히 누구도 완전히 미워할 수 없었다. 모든 인간이 그렇듯이 장점과 단점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고 절대적으로 옳거나 바르고 훌륭한 인물은 없다. 모두 서로에게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저마다 갈등한다. 인간의 개별성과 유사성. 뭐라 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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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하게 정리해서 규정하기엔 너무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어서 ‘그냥 사는 이야긴데 좀 진지하고 심각하고 웃기기도 하고 그래, 원래 사는 게 다 그렇듯이 말이지’ 정도인데 그렇게 넘어가기엔 너무 할 말이 많고 쪼개가며 분석하고 토론해야할 것도 같고 그런 면에선 또 엘리트주의라는 단어가 꼭 맞기도 하고 일부에겐 젠체하는 관념론자로 여겨질테고 아홉권이 남았는데 모두 다 이런식이면 정리를 위해서라도 ‘버지니아 울프 온라인 독서모임’이 필요할텐데 그렇게 시작하면 버지니아 울프의 글과 삶을 얘기하는 데 몇 년씩 걸릴테니 엄두가 안나고 그래도 무엇이든 하고 싶어지는 것이 역시 글을 써야 하나 책 한권을 읽고 같은 분량의 리뷰를 남기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다가 과연 쓸 수는 있을 것인지가 더 큰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래도 뭐라도 끄적거려보겠다고 마음 먹고 또 그렇게 계속 반복하다가 슬슬 잊고 뭐 그렇게...안 끝나겠다. 쉽게 끝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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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The Summer K-픽션 18
최은영 지음, 제이미 챙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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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iction Series. 예전 영어독해 공부할 때 만났던 영문과 번역본이 함께 실린 책처럼, 한국어 원문과 영어 번역문이 실린 시리즈다. 한국 소설을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한다거나 한국어를 영어로 확인하고 싶을 때도 유용하겠다. 일단 이 시리즈가 꽤 반갑다. 한국의 젊은 소설들을 소개할 수 있다는 장점, 내가 배낭 여행을 간다면 이 책들을 몇 권 들고 가서 읽다가 새로 만난 친구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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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읽었는데, 다시 읽으며 또 새로울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사랑이야기를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뒤에 작가의 말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다(물론 작가의 말도 번역되어 있다). 타인의 사랑을 자신의 기준에 맞춰 판단하고 비난하고 조롱할 권리는 없다. 그래도 얼마쯤 감정적인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내 경우는 다 괜찮지만 미성년자와의 사랑이나 불륜은 용납 못하는 정도인데, 각자가 모두 기준이 다를 것이다. 그런데 과연 사랑에까지 그런 것을 적용해도 되는가. 그렇게 핀단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사랑이기는 한가. 사랑, 그 내밀한 감정을 누가 어떻게-라는 마음과 그래도 최소한의 기준은 필요하다는 마음이 늘 함께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사랑이다. 그래서 더욱 계속, 거듭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겠다.

#그여름 #최은영 #K-Fiction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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