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1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최종술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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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무의미한 의문들, 멍했고 무거운 짐을 진 것 같았다. 일어난 모든 일이 몹쓸 짓이었던 듯했다.'

저자의 대표작인 '롤리타'를 읽지 않았다. 그럼에도 몇 문장들은 정확히 알고 있을만큼 나보코프는 '롤리타'의 작가였다.
하지만 이 책 역시 대단하다. 대단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자, 이 책은 다시 읽어야만 한다.
줄거리를 알았을 때와 모를 때의 느낌이 전혀 다를 게 분명하다.
처음엔 결코 이런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작가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다. 작가 자신의 고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완벽한 이야기로서 존재하고 이야기가 작가의 소유물이 아닌 작가가 이야기의 부산물처럼 느껴진다.
주인공에 대해서도 이야기에 대해서도 뭐, 이런게 다 있지.외의 감상을 말할 수 없다.

연극에 잘 어울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연극화 된 적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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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시간 -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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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글과 그림은 참 편안합니다. 주변에서 언제나 마주칠 수 있는 인물의 일상적인 언어가 주는 공감이 있달까요? 근사한 말, 거창한 위로가 필요한 것만은 아니지요. 이렇게 나와 비슷한 사람을 발견하고 안심하고 즐겁고 편안한 위로들은 막연한 불안과 소소한 갈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어줍니다. 끄덕끄덕하며 슬며시 웃게 된달까요?

제겐 차와 책이 좀 그렇습니다. 시시콜콜 누군가에게 말하하기도 애매한 순간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이 책에서의 차는 넓은 의미의 차로 다양한 음료를 아우르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만나 한잔 하며 나누는 대화들, 일하러 카페에 갔다가 듣게 되는 삶의 언어들이 함께 합니다.
밥이 생존을 위한 것이라면 차는 쉼과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좀 과할까요? 일상으로 녹아든 차 한잔은 쉼이 되기도 하고 에너지가 되기도 하고 간식이 되기도 합니다. 일본의 차문화는 다도에도 있지만 이렇게 편하고 가볍게 즐기는 차들에도 녹아있습니다. 우리 차 한잔 할까? 하며 건네는 이야기들은 참 다정합니다. 그래서 차를 즐기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스다 미리의 많은 책들이 그렇듯 이 책 역시 '본격 차 만화'가 아니라 차에 녹아든 시간과 아기자기한 해프닝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찻자리가 잦은 제게는 익숙한 해프닝들이 반가웠습니다. 초조하게 차가 우러나는 시간을 기다린다거나 차와 티푸드로 말랑한 기분이 된다거나 차를 질 모르는 사람앞에서는 왠지 차의 좋은 부분을 전하고 싶어지는 부분까지. 끄덕거리게 됩니다.

'허무함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
'인간은 성장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 마음의 숫자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생물이야.'

그나저나 이봄출판사가 문학동네 계열사였군요, 깜짝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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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장샤오위안 지음, 이경민 옮김 / 유유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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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제목에 '고양이'가 들어가서 구입한 책이다. '고양이'와 '서재'라니 내 가장 큰 즐거움 셋 중 둘이 아닌가!
읽는 동안 즐거웠다.
앞으로 읽을 책들이, 읽고 싶은 책들이 한가득 늘어나는 기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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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밤, 문을 닫고 금서를 읽는 것' 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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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나 청년 시절에는 감동을, 중년 시기에는 그리움을 주는 책을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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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순전히 나 자신의 흥미 때문이었다. 난 이런 충동을 무척 소중하게 생각한다. 중년으로 접어들수록 더욱 귀하게 느껴져서 이런 충동이 일어날 때마다 소중히 하려고 한다. 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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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탐욕이 늘자 수많은 좋은 책을 점점 더 챙기지 못하게 되었다. 책상 위에 봐야 할 책이 한 무더기 쌓인다. 몇 달이 지나서도 내가 그 책들을 보지 못하면 그 책들은 다른 새 책 무더기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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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베껴쓴 부분은 차에 대해서도, 책에 대해서도 매한가지다.
좋아하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고 어떻게든 미뤄둔, 방치한 것들에 대해 만회하고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차나 책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병이다. 병을 치유할 방도는 없으니 그저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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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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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글들을 하나씩 만나는 중이다.
그녀가 상을 받아서, 너무 여러곳에서 비춰져서 그저 호기심에서 출발했는데. 그녀의 시선에 동조하고 말았다.

아, 문장이 참 멋지다-
뒤늦게 알았는데, 오래 좋아하게 될듯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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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닦아도 어둑한 데가 남은 은숟가락 같은 그 보름달 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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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눈이 시러 눈물이 흐를 때가 있는데, 단순히 생리적이었던 눈물이 어째서인지 멈추지 않을 때면 조용히 차도를 등지고 서서 그것이 지나가기를 기다립니다. 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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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생생한 새벽시간, 사금파리 같은 기억들을 끄덕지게 되불러 모으지 않기 위해 걷는다. 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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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왜 그렇게 가슴이 서늘해졌던 걸까. 느리디느린 작별을 고하는 것 같던 그 광경이, 헤아릴 수 없는 무슨 말들로 가득 찬 것 같던 침묵이, 여태 이렇게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까. 마치 그 경험이 나에게 무엇인가를 대답해주었던 것처럼. 뼈아픈 축복 같은 대답은 이미 주어졌으니, 어떻게등 그걸 내 힘으로 이해해내야 하는 것처럼. 1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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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게 벼려진 마음들을 담담하게 표현해내는 것만큼. 감상적인 것이 있을까?
이소라의 노래처럼.
한강의 문장들 역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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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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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주제가 무거워서라기보다는 아는 게 많은 사람이 쓴 글이라서.인 듯하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임에도 나는 자주 킥킥 거렸고, 몇번쯤 박장대소했다.
재미난 할아버지다.
나는 일찍부터 죽음보다 삶에 대한 공포가 더 컸기에. 더 가벼운 기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디어존 디어폴을 읽고난 후처럼.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역시 너무 부러운 일이다.
멋진 인생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이 할아버지. 소설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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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기억이 근복적으로 진실하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나는 우리가 기억을 윤색하는 방식을 믿지 않는다. 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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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연의 성격을 유지한다는 것. 우리는 그러기를 희망하고 매달린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앞날을 내다보며. 2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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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크나큰 비극은 사람이 죽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 서머싯 몸 2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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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세계, 신,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그의 태도 속에서 나는 신을 발견한다.
아직 만나지 못한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만나게 되면 분명, 아- 이럴 줄은 몰랐는데. 과연 당신이 맞기는 한거요? 그동안은 실례했소.라고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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