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 빈털터리 소설가와 특별한 아이들의 유쾌한 인생 수업
크레이그 데이비드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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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면서 무엇을 만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 사건, 무수한 감정들- 무엇을 만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행운이 될지 불행이 될지는 모두 개인의 몫이다. 나는 무엇을 만나왔고 그것이 무엇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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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 인구를 모두 하나의 자로 재단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거기에 들어맞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단정한다. 자기의 자가 잘못되었다고는 생각지 않는 것이다. 바른 자를 가지고 제대로 측정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 교육이 아닐까? 내 자를 확인해봐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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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만난 아이들은 특별하다. 세상 모든 존재는 특별하다. 아주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누구는 달리기가 빠르고 누구는 고양이를 좋아하고 누구는 음악을 연주하고 누구는 책을 많이 가졌고 누구는 걸음이 특이하고 누구는 생각이 독특하고 누구는 외모가 특별하고. 그 저마다의 다름이 어떤 부분은 외적으로 드러나고 어떤 부분은 스스로 감추고 어떤 부분은 본인도 모른채 숨겨져 있기도 한다. 그것들을 발견하고 마주하는 순간이 다를 뿐이다. 장애에 대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특징에 불과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을 이유로 육체든 감정이든 더 고통스럽고 노력이 필요한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것을 감당해내는 것은 훌륭한 부분이지 결코 폄훼하고 터부시할 것이 아니다. 열심히 살아내는 모두에게 박수를! 그리고 더 열심히 살아내는 모두에게 포옹을! 그것만이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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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에 대한 말이 많은 요즘이다. 어쩌다 장애인학교가 님비시설이 되었을까? 사람들의 어리석은 점은 자기만은 안전하고 별 일 없을거라고 생각한다는 것과 돈을 가치기준으로 삼는 다는 것이다. 그 둘 모두 절대 자신을 보호하고 보장해주지 않는다. 물론 조금 더 편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다 큰 자식이 나를 무시하고, 나쁜 짓을 하는 것보다 돈이 중요한가? 누군가의 생존보다 돈이 중요한가? 집값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른 생각이 타인을 피눈물나게 해도 된다는 걸까?
그렇게 벌어서 저 먹고 자식 키우고 하면 그 자식이 우리 부모의 노고에 대해 알아주나? 사회가 그들의 부를 칭송하나? 그 돈이 당신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나? 그것은 착각이다. 지나친 말도 안되는 착각이다. 돈은 무수한 가치들 중 하나다. 분명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다. 돈이 해결해주는 부분은 돈으로 가능한 것들 뿐이다. 각자에게 진짜로 중요한 것과 진짜로 원하는 것을 찾길 바란다. 부디, 제발! 그리고 타인 위에 설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도 좀 기억들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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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그 아이들을 만난 것은 행운 그 이상이다. 하지만 작가가 그 아이들을 통해 무엇을 만나고 발견하고 깨달았다면 그것은 작가 안에 있는 것들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깨닫고자 한다면 좀 더 진지하고 솔직하게 마주해야 할 것이다. 진지하고 솔직한 것이 경직되고 건조하다는 선입견을 버려야한다. 이 글에서 작가는 솔직하고 진지하지만 유쾌하고 긍정적이다. 우리집 성장기 청소년에게 권장했다. 어떤 이야기가 쓰여있고 작가는 어떻고 문장이 어떻고를 이야기하면서 내심 글을 통해 마음을 넓혀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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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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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집중과 몰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고작 3권의 책을 읽어놓고 이 작가는 외골수일 것 같다며 그의 파고드는 성격과 예민함을 상상한다. 그저 상상할 뿐,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상상하는 자체의 즐거움일 따름이다. -
태아의 실존성은 '살아있는 생명'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임신 중의 영양 균형과 정서적 안정의 중요성에 대해 말들을 하지만 그것 조차도 '영향을 끼친다'정도일 뿐. 태아를 독립된 인격체나 자의식이 있고 학습이 가능하고 의견과 태도를 가지고 감정적인 반응을 하는 주체적인 존재로 여기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 하다.
이 글의 화자만큼 분명한 인지를 가진 태아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 '작은 의문과 상상 몇개가 만나 이 글을 만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작가는 그 어떤 작가보다 소재의 특징을 살려 몰두하고 완벽한 형태로 그것을 보여준다. -
햄릿의 재구성.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말은 특히 창작물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창작되었고, 그 모든 것과의 유사성을 일일히 확인할 수 없다. 심지어 인간의 감정은 100년 20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단순한 유사성을 넘어 창작자의 의도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무수한 리메이크 창작물들이 쏟아진다. '리메이크'라는 단어는 충분한 사전지식 위에 놓여진 2차 가공품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너는 그것을 어떻게 재구성, 재해석 했는가!
원작과의 유사성과 차별성을 모두 확인하려 든다. 그런 면에서 아주 참신하고 획기적인 2차 가공품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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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론. 존재하고자하는 욕구. 존재의 의의와 당위성. 존재에 대한 자각과 혼란. 실존하는 모든 것은 그것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작가는 그 범위를 아주 약간 확장시켰다. -
문장에는 묘한 운율이 있다 아니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 이럴때 원서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원서를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고등학교 영어 참고서처럼 밑줄과 메모들이 가득한 한 페이지를 읽는데 한시간을 꼬박 사용할 영어실력으로선 무리다. 언젠가 이 운율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겠지. 못하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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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실 비치에서
이언 매큐언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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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말하자면 서툴고 무지하고 자존심 강한 두 사람의 잔인한 첫날밤에 대한 이야기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너무도 적나라한 어쩌면 해프닝에 불과했을 그 장면이 섬세한 문장으로 씌여있다. 어쩌면 이런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
오로지 두 사람의 내밀한 이야긴데, 첫날밤에 대해 여자가 느끼는 감정과 공포와 혐오와 자책과 기대와 배려까지 모두 드러나 있어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 부분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았을까 싶어질 만큼 여자가 아니면 모를 법한 속내였다. 작가는 민감한 감정을 낱낱히 그려냈다. 더하고 뺄 것도 없이 여자라면 언젠가 어느 순간 한번쯤은 마주하지 않았을까 하는 감정들이었다. -
무엇을 설명할 때, '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가 빠지면 당위성을 잃고 납득도 이해도 어렵다. 단지 하룻밤의 사건일 뿐인데 작가는 '왜'를 주의깊게 표현냄으로 그저그런 이야기가 아닌 삶의 한 장면으로 만들어 낸다. 안타까운 그들의 사랑을 안아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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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듀나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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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SF단편. 김보경 작가외의 세 작가는 모두 따로 만난(읽은-) 적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강명 작가의 글이 가장 좋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불과하지만 김슨생도 그랬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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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우주, 인공지능 등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상상의 세계는 얼마나 방대한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가장 큰 매력이 되는 장르가 SF가 아닌가 싶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과 변모하는 가치관을 현재의 우리가 어떻게 풀어내는가는 모두 제각각일 텐데, 과연 우리가 인류가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 과학=발전이라는 공식에서 얼만큼 자유로울 수 있으며 그 안에서 인간에겐 어떤 역할과 가치가 주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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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는 갈수록 힘들다. 설정의 나열같다. 머릿속 세계를 잘 끄집어 내서 독자에게 보여주는 것도 작가의 중요한 자질이라 생각하는데 듀나가 보여주는 세계는 도통 모르겠다. 제멋대로라도 잘 이해하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난감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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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믿고 추락하던 밤
시리 허스트베트 지음, 김선형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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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오스터의 아내.라고 지칭하기에 몹시 아깝다. 몰라도 좋을 역할이다. 폴 오스터의 에세이에서 '시리'라는 이름을 자주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약간의 즐거움으로 족하다.
- 남성적, 여성적, 도적적, 윤리적, 정상적, 논리적 모든 기준은 때로 위험하고 난해하다. 명확한 경계가 아닌 모호한 어떤 것이라 해석하기 나름이리라. 쓰고보니 ..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불편하게 다가온다. 좀 줄이는 편이 좋겠다.
- 단어와 환각과 편두통과 충동에 대해 내게도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턱없이 빈약한 상상력과 개미 눈꼽만큼의 문장력과 반푼어치의 의지에 가로막혀 있다. 결국 제대로 뱉어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몹시 다행스럽게도.
- 거의 모든 것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공감이 실제의 나를 통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모든 것에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 성의 경계는 대체로 불안하고 불편하다. 생리적인 특징 외의 모든 것이 기이하기 짝이 없다.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것이 반드시 타당한 것은 아니라는 고집탓일지도 모르지만 몹시 짜증나는 기준이다.
- 솔직을 가장한 채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충격적인 나 자신이 표면으로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때로 마주하는 용납하기 힘든 자신에 대해 어떤 시각으로 마주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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