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몸을 움직이는 동안에는 감정을 덜 느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도 아무도 보지 못했다. 달릴 때는 누구나가 혼자였다. 혼자가 혼자들을 스쳐 지났다. 그 누구도 안쓰러워하지 않았고 그것이 수진에겐 작은 위로가 되었다.”건축회사에서 일하는 수진과 혁범, 그리고 그들 사이에 등장한 한솔.오래된 연인인 혁범과의 사이에 8살 연하 한솔이 나타나고 수진은 위태로운 고민에 빠진다.혁범과 너무나 다른 한솔.묵묵하고 한결같지만 자신의 속내는 비치지 않는 남자 혁범. 반면에 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자신의 마음을 가감없이 고백하는 남자 한솔.같은 여자로서 수진의 상황에 오롯이 집중해서 볼 수 있었고 잔잔한 사랑, 이별이야기, 수진의 입장에서 수진의 고민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잔잔하게 이어지는 스토리 같지만 완전히 매료되던 것 같다. 제목 <가만히 부르는 이름>에서 이름을 부른다는 것 만으로도, 불린다는 것 만으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았다.여름이 가고 쌀쌀한 가을이 오는 이 계절에 너무나 잘 어룰리는 소설인 것 같다.
저자의 작품인 <퀴르발 남작의 성>을 읽진 않았지만 소장은 하고 있고, 또 읽어 봐야지 하다가 결국 현대문학 서포터즈를 통해 신간을 읽게 되었다.한 명씩 나타나는 시체, 그리고 한 개씩 잘려나가는 손가락. 제목 <단지 살인마>는 손가락을 한 개씩 잘라가는 살인마를 표현한 것으로 처음엔 한개의 손가락을 시작으로 두 개, 세 개 늘어갈 수록 희생자 또한 늘어간다.그런데 이 살인이 과연 한 사람의 소행일까? 지역도 살해방법도 대상자도 모두 천차만별에 남녀노소. 연쇄살인범이라고 단정짓기엔 공통점이 너무 없다.소설이 진행되면서 단지살인마에 대한 한계가 벗겨지고 인간의 악함 그리고 어떻게든 살겠다는 생존 본능을 읽을 수 있었다.기회를 붙잡고 복수를 선택하는 인간이나 괴롭지만 그래도 살아보겠다는 욕망에서 인간 내면의 깊은 어둠을 본 것 같아서 씁쓸한 작품이었다.짧은 시간 집중해서 순식간에 읽은 작품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특히 범죄성이 짙은 작품이 아니라 인간 본성을 다룬 작품이라 더 좋았다저자의 다른 작품이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워킹맘에서 전업주부로.15년차 호텔리어가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전업주부가 되기까지.요즘 물가를 생각하고 내 아이에게 좋은 것, 만난 것 사주고 싶다면 혼자벌어 감당하기 힘든 요즘이지만, 아이와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시간 또한 워킹맘이라면 가지기 힘들다.그래도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소중한 추억을 쌓아주고 함께하는 시간도 중요하다고 본다.저자는 어느 날 자신과 아이의 삶을 되돌아보며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의 길을 선택했다.곧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며 읽으니 배울점이 참 많더라. 내 어린시절은 맞벌이 부모님 밑에서 커서 거의 방목형으로 지냈다. 제대로된 독서시간을 가진다거나 부모님과 대화의 시간을 가진 기억이 없다.그래도 연년생 동생과 붙어다니며 보냈던 시간, 부모님과 휴일에 놀러갔던 기억은 엄청 좋은 추억이다. 심지어 집에서 혼자 놀던 시간도 기억까지도.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본 것은 아이들과의 대화라고 생각한다.내가 ‘엄마’로서 잘하고 있는지 의심된다면 아이들에게 묻는다. 칭찬을 받고싶다면 유도심문을 통해 칭찬을 얻고, 그것으로 다시 힘을 얻는다.일하는 엄마도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엄마도 좋다고 본다.완벽한 엄마가 아이들을 힘들게 한다고 한다. 구멍이있지만 소통하고 공감하는 엄마, 잘 웃는 엄마, 소리치지 않는 엄마를 아이들은 좋아한다.나중에 나는 어떤 엄마가 되어있을지 모르지만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인내하고 공감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정신이 나가버린 엄마와 어린 딸, 그런 두 사람을 방치하고 밖으로 돌아다니는 아빠.어린 씨씨 허니컷은 정신나간 엄마의 간호를 도 맡지만 엄마의 부끄러운 모습때문에 학교와 마을에서 소외 당한다.그런 어느날 씨씨에게 구세주처럼 나타난 투티 할머니. 할머니와의 새로운 삶이 씨씨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마치 제대로된 성장소설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다. 어릴 때 읽었던 <설냥팔이소녀><작은공주세라><미운오리새끼> 등의 색깔과 짙다.착하고 매력적인 주인공이 어린 시절에 고통을 겪지만 은인같은 사람을 만나 고통을 이겨내고 행복한 삶을 사는 그런 내용.특히 씨씨는 마음씨 착한 할머니와 주변 이웃들 덕분에 충분한 사랑을 받고 성장한다.다소 너무 동화적 컨셉이 강하지만 씨씨가 성장해가는 모습이 보기좋았다. 특히 안정적인 스토리와 독자를 괴롭히는 시련이 크게 없어서 여유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