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하는 정신 소설, 향
한은형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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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순간 같은 건 인생에 별로 없다고 생각해왔다. 따지고 보면 매 순간이 결정적이고, 순간순간의 결정이 나를 이끌어온 거라고.”

“내성적인 성격인 분들은 아실 거에요. 내성적인거지 얌전한 건 아니거든요. 욕망이 없는 것도 아니고, 화가 없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밖으로 표출을 하지 않고 있는 거죠.”


하와이에서 태어났지만 수영도, 서핑도 하지 않던 주인공이 우연히 강원도 양양의 아파트를 얻으며 서핑하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되는 이야기이다.

나도 부산 살면서 갑자기 붐을 일으킨 서핑에 대해 눈으론 많이 접했다. 특히 송정 바닷가에 가면 서핑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어릴 때는 바다에서 노는게 좋았지만 크면서부터 바다에서 노는게 찝찝했졌다. 소금기 있는 물은 마르면 쩍쩍 붙고 젖은 몸에 묻는 모래를 처리하기도 힘들어서 바다물놀이는 점점 피하게 되었다.
그래서 ‘서핑하는 정신’이 궁금하긴 했다.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혼자’인 사람들이 어쩌다 와이키키 하우스에 모여 서핑을 배웠을까? 첫인상은 ‘말걸지마’ 였지만 결국 그들도 외로워서 왔으리라. 양양의 아파트를 처리하기 위해 와이키키 하우스를 두드렸지만 주인공도 결국 서핑 모임을 지속했다. 외롭다고 하진 않았지만 그랬던 것 같다.


입기도 벗기도 불편한 웻슈트를 입고 하루 몇시간씩 물에서 시간을 보내는 ‘정신’이 어떤 걸까? 온종일 젖으며 혼자서 파도를 타다 넘어지길 반복하는 스포츠의 매력은 뭘까?
이제는 세상에 혼자 남겨졌지만 파도를 타는 그 ‘정신’으로 어딘가에 살고 있을 주인공을 생각하며 나는 파도를 타진 않지만 내가 아끼고 애정하는 ‘독서하는 정신’은 유지해야겠다.


얼마전 남편이 이런 내 모습이 부럽다고 했다. 끈질기게 무언가를 좋아하는 모습, 본인에게는 없는…
나도 신기하다. 벌써 10년이 넘게 독서를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
각자의 다양한 취미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한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 나도 요즘 절절히 느낀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을 아끼고 아낀다. 그리고 즐긴다. 그게 내 독서하는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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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충돌 - ‘차이메리카’에서 ‘신냉전’으로
훙호펑 지음, 하남석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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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와 냉전의 종말 이후, 정치인과 학자들은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이 되는 새로운 세계질서의 도래를 환호하며 맞이했다. 2010년대가 되어 미국 중국이 무역, 기술, 남중국해, 타이완을 비롯해 다른 많은 문제를 놓고 대결하는 국면이 늘어나자 ‘신냉전’이라는 개념이 자리잡았다.“


중국 경제분야에서 활발한 연구와 저술활동을 하고있는 저자가 미국과 중국간 정치경제에 대해 전문적이고 자세한 의견을 이 책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1990년대의 중국이 성장을 위해 미국의 기업들을 ’이용‘했다. 자신의 국가에서 발전하기 원하는 미국의 기업들에 막대한 금액을 받는 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국내기업에 대한 엄청난 지원을 통해 국내기업을 옹호했다. 중국은 이렇게 해외에 자본을 끌여들임과 동시에 자국의 기업을 발전시켰다.

산업스파이를 미국기업에 잠입시켜 그들의 기술을 훔치기도 했으며 미국기업이 그들에게 소송을 걸때면 중국은 자국민의 손을 들어주었다. 또한 불매까지 겹쳐 소송을 건 대부분의 미국기업은 파산하기 이른다.

그러자 미국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과 시장 접근 보장, 지적재산권 보호 등 중국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협정을 통해 보호하려했으며 이를 통해 중국 또한 반강제로 이 협정에 가입하게끔 한다.

또한 중국이 아시아 빈민국에 대해 막대한 투자와 대출 그리고 그들은 중국에 어마어마한 수출을 통해 아시아에서 중국 중심의 생산 네트워크가 다져진다. 그러나 미국의 개입으로 독단적인 중국의 세력확장은 막히게 된다.


미국 전 대통령 오바마 시절부터 수면 위로 올라온 이 대립은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저자는 중국이 아직 미국을 넘어서기엔 많은 것이 부족하다고 언급한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건 사실이라고 본다. 공산주의 국가로서 단시간내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룬 중국이 무섭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아직도 중국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부정적이지만 잠재력이 있다는 것, 앞으로 엄청난 발전을 할 것이도 미국과 대립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중국은 막강한 국가가 맞을 것이다.


“자본 간 경쟁이 영국과 독일 사이의 제국 간 경쟁으로 전환되었던 선례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더 고조될 가능성이 높고 심지어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
21세기가 다른 점은 이제 미국과 중국, 그리고 두 나라의 동맹국들이 전쟁은 통한 보복이 영향력을 경쟁할 수 있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글로벌 통치 기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대립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세계 경제 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와 정치에도 관심없는 소설쟁이일 뿐인 내가 읽는동안 솔직히 골머리 앓았다. 전문용어(?)는 물론 기존에 중국과 미국이 서로를 견제라고 있단 사실조차 몰랐으니…ㅎㄹㅎ🫠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좀… 지적여진 것 같은 느낌?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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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류"라는 말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경멸적인 단어다. 우리가 그 복잡성을 감추기 위해, 계속 속 편히 살기 위해, 우리가 실제보다 그들과 훨씬 더 멀다고 느끼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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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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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카피가 귓가를 속사였다. 소비를 합리화하는 데 기가 막히게 효과가 좋은 자본주의 악마의 속삭임 말이다.”

“이메일과 문자는 오해를 배양하는 페트리 접시와도 같다……. 사람들은 동일한 이모지를 보고 네 번 중 한 번은 그 의미를 전혀 다르게 해석해 서로를 오해했다.”


엄청난 자본주의와 인터넷, 스마트폰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뜨끔!! 이 책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중독성있는 몇 가지 주제들을 유머러스하게 다룬다.

9가지 중독 목차에서 내가 공감하고 읽었던 건 ‘갓생’, ‘배민맛’, ‘안읽씹’이다.
특히 <배민맛>은 참… 21세기 모두가 아는 맛 아닐까? 공가했던 내용 중 하나는 식당에서 먹으면 더 맛있는데 왜 우리는 집에서 먹는가..
항상 느끼지만 식당에서 먹는 중국집과 치킨맛은 집에서 먹는 것 그 이상이다! 그래도 맨날 집에서 배달 😅

그리고 ‘나에게 주는 선물’. 진짜 소비의 합리화… 스스로 속아서 얼마나 소비했던가. 특히 책구매에 유난히 😋
특히 작가님의 경험담이 아닐 수 없는 생생한 증언(?)들에 너무 공감된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네?ㅋㅋㅋ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 책이지만 정작 고치비 못하는 중독 행동. 그래도 생각보다 해당사항이 많이 없어서 다행(?)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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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쏜살 문고
아니 에르노 지음, 윤석헌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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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단절된 여자, 환속했으며, 동성애자에 알코올 중동자인 여자, 자기 자신도 그렇게 되리라고 상상조차 못 했던 여자가 마르탱빌 거리에서 갈 길을 못 찾고 홀로 있던 나를 이쓸어 주는 것만 같았다. 그저 시간상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완전한 고독감 속에서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바로 그날 오후, 한참 후 자살에 이를 정도로 바닷을 치고 있던 한 여자의 노래에서 나는 살고자 하는 용기를 얻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분노나 혐오감을 자극할 수도 있을 테고 불쾌감을 불러일으켜 비난을 살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이든 간에, 무언가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그 일을 쓸 수 있다는 절대적인 권리를 부여한다. 저급한 진실이란 없다. 그리고 이런 경험의 진술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는다면, 나 또한 여성들의 현실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 데 기여하는 셈이며, 이 세상에서 남성 우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최근 다양한 메체의 추천을 통해서 언젠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상 받은 김에 몰아쳐 읽어보려 빌렸다.
요즘 벽돌책만 읽고 있어서 진도가 현저히 느려져서 그런지 가장 얇은 <사건>을 사전지식 없이 읽었는데 ’임신 중절‘에 관한 저자의 고백이다.


1963년부터 64년, 23살에 저자가 원치않는 임신을 했고 아직까지도 사회적으로 비난 받는 임신 중절의 과정을 세월이 지난 후 그 시절에 메모한 노트와 자신의 기억력을 되짚으며 써낸 작품이다.

저자가 언급했듯 상당히 적나라한 묘사를 통해 눈살지푸리는 불쾌감이 작품 중반 부터 덮쳤다. 사실 용기있는 고백일지 모르지만 글쎄, 추천하진 않는다.
저자는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다른 여성들이 자신이 저지른 행동으로 스스로를 사회에서 고립시키고 단절시키지 말자고 메세지를 보내는 것 같다.

작품에서 나왔듯 3개월이 된 태아는 이미 사람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무책임한 성관계로 임신했고 ‘그것을’ 책임질 수 없기에 중절을 선택했는데 애초에 무책임한 성관계가 문제아닐까?
작품 중간 <남성 우위>를 들먹이는 저자의 의도는 뭘까? 그래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려고? 상당히 용기있는 고백이지만 그 시절 이 글을 쓴 저자는 참으로 이기적이다.

그 시절의 교육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으나 지금도 이런 일들이 알게모르게 일어나고 있다.
학교에서 피임에 대해 강조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어린나이부터 성관계와 임신 중절, 피임에 관해 자세히 알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아니겠지.’하는 나태한 생각이 인생을 한 순간에 바꿀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외치며 ‘남성 우위’, ‘여성 피해자’라는 인식을 갖진 않을까? 그렇다고 임신을 유지해서 원치않는 아이를 낳으라는 건 아니다. 그리고 작품에서 나왔든 성관계를 한 남성의 무관심은 너무나 익숙한 반응이라 실망조차 안든다.

그렇지만 어린나이에 이런 경험을 혼자 겪고 이렇게 작품으로 발표한 그녀의 용기는 다시한번 대단하게 느껴진다. 비록 나에게 이 작품은 긍정적이지 않았지만 저자의 다른 작품이 어떨지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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