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쏜살 문고
아니 에르노 지음, 윤석헌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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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단절된 여자, 환속했으며, 동성애자에 알코올 중동자인 여자, 자기 자신도 그렇게 되리라고 상상조차 못 했던 여자가 마르탱빌 거리에서 갈 길을 못 찾고 홀로 있던 나를 이쓸어 주는 것만 같았다. 그저 시간상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완전한 고독감 속에서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바로 그날 오후, 한참 후 자살에 이를 정도로 바닷을 치고 있던 한 여자의 노래에서 나는 살고자 하는 용기를 얻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분노나 혐오감을 자극할 수도 있을 테고 불쾌감을 불러일으켜 비난을 살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이든 간에, 무언가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그 일을 쓸 수 있다는 절대적인 권리를 부여한다. 저급한 진실이란 없다. 그리고 이런 경험의 진술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는다면, 나 또한 여성들의 현실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 데 기여하는 셈이며, 이 세상에서 남성 우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최근 다양한 메체의 추천을 통해서 언젠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상 받은 김에 몰아쳐 읽어보려 빌렸다.
요즘 벽돌책만 읽고 있어서 진도가 현저히 느려져서 그런지 가장 얇은 <사건>을 사전지식 없이 읽었는데 ’임신 중절‘에 관한 저자의 고백이다.


1963년부터 64년, 23살에 저자가 원치않는 임신을 했고 아직까지도 사회적으로 비난 받는 임신 중절의 과정을 세월이 지난 후 그 시절에 메모한 노트와 자신의 기억력을 되짚으며 써낸 작품이다.

저자가 언급했듯 상당히 적나라한 묘사를 통해 눈살지푸리는 불쾌감이 작품 중반 부터 덮쳤다. 사실 용기있는 고백일지 모르지만 글쎄, 추천하진 않는다.
저자는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다른 여성들이 자신이 저지른 행동으로 스스로를 사회에서 고립시키고 단절시키지 말자고 메세지를 보내는 것 같다.

작품에서 나왔듯 3개월이 된 태아는 이미 사람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무책임한 성관계로 임신했고 ‘그것을’ 책임질 수 없기에 중절을 선택했는데 애초에 무책임한 성관계가 문제아닐까?
작품 중간 <남성 우위>를 들먹이는 저자의 의도는 뭘까? 그래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려고? 상당히 용기있는 고백이지만 그 시절 이 글을 쓴 저자는 참으로 이기적이다.

그 시절의 교육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으나 지금도 이런 일들이 알게모르게 일어나고 있다.
학교에서 피임에 대해 강조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어린나이부터 성관계와 임신 중절, 피임에 관해 자세히 알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아니겠지.’하는 나태한 생각이 인생을 한 순간에 바꿀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외치며 ‘남성 우위’, ‘여성 피해자’라는 인식을 갖진 않을까? 그렇다고 임신을 유지해서 원치않는 아이를 낳으라는 건 아니다. 그리고 작품에서 나왔든 성관계를 한 남성의 무관심은 너무나 익숙한 반응이라 실망조차 안든다.

그렇지만 어린나이에 이런 경험을 혼자 겪고 이렇게 작품으로 발표한 그녀의 용기는 다시한번 대단하게 느껴진다. 비록 나에게 이 작품은 긍정적이지 않았지만 저자의 다른 작품이 어떨지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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