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순간 같은 건 인생에 별로 없다고 생각해왔다. 따지고 보면 매 순간이 결정적이고, 순간순간의 결정이 나를 이끌어온 거라고.”“내성적인 성격인 분들은 아실 거에요. 내성적인거지 얌전한 건 아니거든요. 욕망이 없는 것도 아니고, 화가 없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밖으로 표출을 하지 않고 있는 거죠.”하와이에서 태어났지만 수영도, 서핑도 하지 않던 주인공이 우연히 강원도 양양의 아파트를 얻으며 서핑하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되는 이야기이다.나도 부산 살면서 갑자기 붐을 일으킨 서핑에 대해 눈으론 많이 접했다. 특히 송정 바닷가에 가면 서핑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어릴 때는 바다에서 노는게 좋았지만 크면서부터 바다에서 노는게 찝찝했졌다. 소금기 있는 물은 마르면 쩍쩍 붙고 젖은 몸에 묻는 모래를 처리하기도 힘들어서 바다물놀이는 점점 피하게 되었다. 그래서 ‘서핑하는 정신’이 궁금하긴 했다.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혼자’인 사람들이 어쩌다 와이키키 하우스에 모여 서핑을 배웠을까? 첫인상은 ‘말걸지마’ 였지만 결국 그들도 외로워서 왔으리라. 양양의 아파트를 처리하기 위해 와이키키 하우스를 두드렸지만 주인공도 결국 서핑 모임을 지속했다. 외롭다고 하진 않았지만 그랬던 것 같다.입기도 벗기도 불편한 웻슈트를 입고 하루 몇시간씩 물에서 시간을 보내는 ‘정신’이 어떤 걸까? 온종일 젖으며 혼자서 파도를 타다 넘어지길 반복하는 스포츠의 매력은 뭘까?이제는 세상에 혼자 남겨졌지만 파도를 타는 그 ‘정신’으로 어딘가에 살고 있을 주인공을 생각하며 나는 파도를 타진 않지만 내가 아끼고 애정하는 ‘독서하는 정신’은 유지해야겠다.얼마전 남편이 이런 내 모습이 부럽다고 했다. 끈질기게 무언가를 좋아하는 모습, 본인에게는 없는…나도 신기하다. 벌써 10년이 넘게 독서를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 각자의 다양한 취미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한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 나도 요즘 절절히 느낀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을 아끼고 아낀다. 그리고 즐긴다. 그게 내 독서하는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