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최선
문진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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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홍수보다는 말의 빈곤이, 그보다는 침묵이 언제나 나았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 침묵했고 그 침묵에 만족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게 되었다.”




너무 좋았다! 진짜, 이렇게 좋을 수가.

생각해보니 9편의 단편 모두 화자가 여성인데 여성인걸 인식하지 못하고 읽었다. 보통 여성이 주인공이
되면 대부분 사회적 부조리, 성차별 등 읽기 불편하거나 뻔하거나 혹은 페미니즘인 듯한 느낌을 받아서 싫었는데 이 작품은 그런게 없다…!


이 작품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특히 제목인 ’최소한의 최선‘ 어쩜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뭔가 슬프면서도 예의바르고 가장 멋진 최선이 아닌가!

모든 단편이 다 좋았는데 꼭 꼽으라고 한다면 [변산에서] [너무 늦지 않은 어떤 때] [한낮의 빛] 이렇게 꼽겠다.
사실 모든 단편이 뻔하지 않고 불편하지 않고 단단했다. 그냥 내 마음에 더 와닿아서 세 편을 골랐다.


신선하다. 너무 편하게 읽었다.
읽고나서 여운이… 오늘 하루 정말 슬펐는데 다 읽고 덮으니 그 슬픔도 뭉글뭉글해진다.
전혀 다른 내용인데도 위로 받은 느낌. 단단한 내용들에 어떤 든든함(?)을 얻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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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가 날 짓눌렀다. 그것은 사방이 조용해서 생긴 고요가 아니었다. 내 자신의 고요였다.”




아이들이 자고 있는 집에서, 주방에서, 오븐에 머리를 집어넣어 가스 자살로 사망했다는 저자의 충격적인 내용을 어느 책에서 읽고 그녀가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영국의 유명한 시인이자 단편소설가.
내가 시를 읽고 이해하기는 어려울 듯 하여 자전적 소설이라는 작품 <벨 자>를 구매하게 되었다.



19살의 에스더 그린우드는 유명 잡지사의 공모전에 당선되 한 달간 뉴역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되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녀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메마르고 어두운 대도시를 경험했던 것 같다.

사실 작품 속 그녀의 우울이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에스더는 가파르게 떨어지고 추락했고 스스로를 놓아버렸다.
내가 겪었던 사회의 부조리함과 주위 사람들의 냉대와 냉정함을 에스더는 이겨내지 못 한 것 같았다. 그녀가 회복하지 못 할 정도로 차가웠겠지…
우울이 이렇게나 무서운 것이라 다시 느꼈다.



저자가 죽기 몇 주 전 가명으로 써낸 소설이라 그런지 작품 속 주인공을 자꾸 저자로 대입하고 ‘소설’ 보다 ‘자전적’ 이라는 말에 집중하게 되어서, 그저 그녀가 무너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어떤 것이 그녀를 회복시켰을지를 찾아보고 돌아보게 되었다. 그렇지만 결국 저자는 무너졌고 그 어떤 것도 그녀를 지탱하고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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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8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영주 옮김, Jc 드브니 각색, PMGL 만화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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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남편과 아들 그리고 평범한 전업주부인 주인공 여성. 대학시절 겪었던 불면증의 증상이 아니라 ‘잠’을 자지 못하는데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 날이 지속되는 경험을 하는 주인공.

잠을 한 숨도 자지 않지만 평소 집중되지 않던 독서를 밤 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었고 식욕은 폭발적으로 늘고 심지어 얼굴까지 좋아보인다.



하루의 1/3을 수면으로 채우는 우리 삶에 잠을 자지 않고 생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지 않아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으니 모두가 자는 시간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인 것이다.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어도 집중력은 유지되고 그렇게 하루 8시간의 독서 시간이 제공된다면 묵혀뒀던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겠다.


그렇지만 현실은… 어제 밤 잠을 많이 설쳐서 책을 읽는 이 시간이 너무 피곤하다. 카페인을 쏟아부어도 조용한 집에서 독서하기란 정말, 수면과의 전쟁이랄까.


해당 작품의 마무리가 진짜 이렇게 끝나는 건지, 다소 허무하지만 누구나 꿈꾸던 환상인데 주인공이 책까지 읽어줘서 내 로망(?)이 해소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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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4
양윤옥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Jc 드브니 각색, PMGL 만화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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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생일에 여느때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던 주인공은 복통으로 실려간 플로어 매니저의 저녁 8시에 604호로 식사를 서빙하는 부탁을 받게 된다.

그곳에 머물던 할아버지는 20살 생일을 맞은 주인공에 감동해 한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2018년 비채에서 출간한 단편집이며 만화를 통해 다시 선보인 이번 시리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9편의 단편을 만날 수 있다.

기존의 단편집으로 나왔던 <버스데이 걸> 작품 자체도 짧았기 때문에 만화 페이지 수도 많지 않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작화가 조금 걸리지만 무게감른 느껴지는 색감과 작화였다.


특히 비채에서 두 권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이 책을 골랐는데 생각보다 흥미진진하고 결론…! 소원은 뭔가…ㅋㅋㅋ마지막까지 주인공이 빈 소원이 뭔지 밝혀지지 않아 찝찝하지만 그 후 주인공의 삶만 봐서는 무난하고 평범하지 않았을까?



최근 다시 하루키 작품에 관심이 생겼던터라 만화로 소개된 단편들 모두 처음보는 작품들이다. 나머지 선물받은 책도 얼른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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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밀크
데버라 리비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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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에 대한 나의 사랑은 도끼와 같다. 그
도끼는 아주 깊이 찍고 벤다.”


가족은 참 따뜻하고 포근한 것 같지만 누군가에겐 협박, 족쇄, 죄책감 같은 것이다.

원인 모를 병으로 걷질 못 하는 어머니를 간병하며 어머니 로즈의 발’이 되어 보살피는 그녀의 딸 소피아. 로즈와 소피아의 관계를 통해 잘못된 집착과 사랑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 병을 결단내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스페인의 어느 병원을 찾아가는 두 모녀. 소피아의 헌신은 계속 되지만 책직질같은 로즈의 날까로운 말은 끝이 없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족’의 답답함을 느꼈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줬다는 이유만으로 자식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가? 사랑과 헌신으로 길러졌지만 그 이유 하나만으로 뿌리치지 못 하고 똑같이 헌신해야 하는가?


내가 딸이라 그런지, 그리고 딸을 낳아서 그런지 모녀에 관한 잘못된 관계에 대한 작품은 항상 관심사이고 찾아읽게 되는 것 같다.
엄마의 잘못된 사랑과 집착이 딸을 어떻게 만들고 딸과의 관계를 어떻게 망치는지, 그럼에도 딸은 엄마에게 한 번 더 기대를 가지거나 혹은 포기하고 양보해주게 되는 것 같다.


모녀의 관계는 참 복잡하다. 겉으로는 그렇게 싸웠지만 속으론 서로를 계속 생각했던 나와 엄마의 관계. ‘좀 더 친근한 관계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같은 아쉬움과 ‘그래도 이 정도의 거리는 있어야지’라는 만족감을 동시에 느낀다.

나는 앞으로 딸들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까?
항상 자식들에게 의존하진 말아야지하는 마음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찾아와서 재잘거려주길하는 바람도 있다.


작품 중 소피아가 엄마의 품을 떠나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모습에 응원과 못나게 늙어버린 엄마 로즈를 보며 저렇게는 안 늙어야지 하는 다짐 그리고 우리 딸들과 잘 지내야지라는 생각 등 가족에 관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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