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초등학교 선생님이라 이것 저것 물어봐요.물어보면서 느끼는 건 참 학부모 시각과 선생님 시각이 다르다는 점이에요.저자는 엄마이자 선생님이고 1학년 특화되신 분입니다.1학년 선생님은 6학년 담임과 함께 맡기 싫어하는 학년에 해당한다고 해요.쉬하는 아이도 있고 초기에 적응시키기에 많은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에요.이 책을 읽으면서 친구라도 해 줄 수 없었던 이야기나 부모로서 아이에게 해야 하는 일들을 점검해 볼 수 있었습니다.
여고 시절 가장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선생님의 러브 스토리였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낙엽이 진다는 시덥 잖은 이유로 우리는 선생님께 첫사랑 이야기를, 혹은 결혼에 이른 이야기를 알려달라고 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는 재밌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이루기 어려운 사랑은 말 해 무엇 하랴. 이 책은 이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 게다가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 이야기다. 마치 노팅힐처럼!이 이야기는 그렇다. 할리우드 배우가 어느 조그만 동양 나라 출신인 우람한 청년과 사랑에 빠졌다. 마침내 그들은 깊이 사랑해 삶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다. “이후로 항상 행복하게 살았대요.” 가 나와야 당연하다. 이 책은 그 이후로 행복하게 살기 까지 겪은 저자의 눈물어린 경험담이다.비단 자신 이야기만 이 안에 들어있지 않다. 흑인과 백인과 사랑, 아랍계와 사랑, 인도인과 맹목적 기독교도 부모를 가진 여성과 사랑 등등. 이들 사랑에 많은 가시밭길이 있었지만 이들은 서로 함께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 시련을 이겨낸다. 오히려 이들이 겪는 시험은 이들은 더욱 강하게 결속해주는 어떤 매개체가 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이 책이 더욱 재밌었던 건 미국인인 저자가 본 한국 가정 풍경이 적나라하게 묘사됐다는 점이다. 저자가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어마’, ‘아파’로 듣고 이해하는 것만큼 생소하고 기괴하다. 특히 아버지가 한국에서 돈을 벌고 자녀와 엄마가 해외에 공부하는 소위 ‘기러기 가족’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으로 봤을 때 놀랐다. 지은이는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가정 모습을 ‘별거 상태’인 기형적인 상태로 평가한다. 상대를 배려해 보이는 멀리서 그저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는 행위는 저자는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아무리 싫어도 미소를 지어보이며 악수를 하는 서양인 성격에 비추어 그 모습은 무시당한다고 느꼈을 수 있다.그럼에도 이 저자가 그저 나와 다른 외계인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우리는 같은 며느리이기 때문이다. 한국 결혼 관습을 겪어내는 작가 모습과 한국에서 자라 한국 사람과 결혼이란 이벤트를 진행한 내 경험이 그리 다르지 않았다. 한국 결혼은 신부와 신랑을 위한 행사가 아니다. 부모들이 ‘내 아이를 이렇게 키워 독립한다.’는 과시적 행사에 가깝다. 결혼 갈등은 결혼을 결심한 두 남녀 사이에 있지 않다. 신랑 신부 한복 맞추는 일에서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자유분방하고 아쉬울 것 없는 헐리웃 배우가 사랑하기 때문에 한국 결혼 관습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며 적잖이 위로를 받았다. 그래. 나만 힘든 결혼이 아니었어. 그 복잡하고 귀찮았던 결혼이란 행사도 이미 십 년 전 추억이지만 말이다.결혼은 아무리 비슷한 사람과 해도, 아무리 다른 사람과 해도 힘든 일이다. 이렇게 힘들고 괴롭지만 인생에 한 번은 경험해야 할 일이라면 차라리 매우 신기한 인종과 결혼하는 일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내 자녀가 그런 선택을 한다면? 음..한현민이나 샘 오취리 같은 잘 생긴 남성이면 좋을 것 같다. 아마도 말은 이렇게 하면서 적잖이 충격 받지 않을까? 그러면 나와 같은 상태에 있는 부모를 모아 인터뷰를 하고 책을 만들 것이다. 책 제목은 ‘국경 너머 사위’나에게 행복을 주는 남자와 너무나 만족스럽고 열정적인 우리 관계에 정신을 집중한다. 어차피 우리 사이엔 엄청난 거리가 놓이게 될 테니. 다른 거리감쯤이야 대충 넘길 수 있는 방안을 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