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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여우 꼬리 4 - 붉은 여우의 속삭임 ㅣ 위풍당당 여우 꼬리 4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초등학교 4학년 둘째.
워낙에 까다롭고 고집도 세서 본인이 원하는 것만 하는 아이다.
최대한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해 주려고 나름 교육 방향을 정했는데 부모 마음에는 천 불이 난다.
책 또한 얼마나 까다로운지 본인 취향에 맞는 것을 찾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와중에 도서관에서 이것저것 빌린 책 중에 아이 마음에 드는 책이 한 권 있었다.
그 책이 바로 이 위풍당당 여우꼬리이다.
1권을 빌려줬는데 나머지 책도 빌려달라고 난리다.
도서관에서 찾아보니 다 빌려 가 버렸다.
첫 번째 책은 정말 운 좋게 인연이 되려고 빌릴 수 있었나 보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나머지 책은 다 구입했다. 몇 번씩 읽어보던 딸은 언제 4권이 나오냐며 몇 번을 물어봤다.
4권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책을 입수해 후루룩 다 읽었다.
구미호의 피를 받은 단미는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을 꼬리로 마주한다.
5학년을 맞이하며 새 친구를 만나고 사촌인 아기 동생도 만난다.
자신보다 좀 더 잘 하는 친구에게, 더 사랑을 많이 받는 것 같은 동생에게 질투가 나는 주인공.
주인공은 그 감정을 빨간 꼬리로 만난다.
감정이라는 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가끔 나도 그걸 망각한 채 아이에게 그 감정을 누르라며 화를 먼저 내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주인공의 엄마는 이 생소한 부정적인 감정을 공감하고 인정해 주며 단미의 불안함을 없애주는 데 도움을 준다.
그렇게 단미는 자신이 가진 이 감정을 깨닫고 품으며 이 감정을 나쁜 행동이 아닌 발전적인 요소로 만들기 위해 긍정적으로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4학년에서 5학년에 올라가는 즈음의 우리 4학년 딸에게 딱 필요한 감정에 대한 내용의 책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덮자마자 둘째는 5권이 언제 나오냐며 닦달하기 시작했다.
사춘기가 좀 일찍 오는 편인 것 같다.
4학년에서 5학년 올라가는 아이들은 말 잘 듣는 초등학생에서 비뚜름하고 반항적인 눈빛으로 바뀐다.
마치 말 잘 들었던 순수한 아이에게 어떤 악령이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순화해서 질풍노도의 시기가 왔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생소한 감정들이 바로 내가 느끼는 '악령'의 존재가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는 그것을 '꼬리'로 잘 바꿔 표현해 준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참 도서관에서 만나길 잘 했다고 잘 빌려왔었다는 그런 마음이 들었다.
알아, 알아. 나도 내가 구미호라는 것쯤은 안다고! 그렇지만 지금이 편해. 솔직히 붉은 꼬리가 나타난 뒤 너무 힘들었어. 너도 지켜봤다면 알 거 아니니? 그런 꼬리가 내 일부라는 게 싫다고…………. - P114
꼬리와 작별한다면 꼬리도 너도 불완전한 존재로 살아가게 돼. 네가 자라고 있듯 네 안의 꼬리들도 자라고 있다는 걸 잊지 마. 꼬리들을 어떻게 자라게 할 건지는 네 몫이야.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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